[김영완씨 집 떼강도] 상식 밖 비밀수사 배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찰의 김영완씨 집 떼강도 사건 수사가 갈수록 의혹의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경찰청 고위간부까지 개입됐고, 호텔 객실에 비밀 수사본부까지 차린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액수가 1백억원대에 이르는 거액 강도사건이라지만 일개 개인의 사건에 경찰 수뇌부가 동원돼 사실상 사설경찰 노릇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을 동원할 정도의 힘을 가진 배후 실력자의 존재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 일각에선 이른바 '비선(秘線)수사'를 주도한 경찰 간부들이 당시 정권의 핵심 실세 모씨와 가깝다는 점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은 "사건 초기 일주일 남짓 金씨집(서울 종로구 평창동) 부근의 ○호텔에 수사 본부를 설치, 사건 당시 범인에게 결박당했던 가정부와 운전기사, 전직 운전기사 등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수사관은 "극도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부의 거듭된 지시에 결국 경찰서가 아닌 호텔에서 수사를 하기로 결론이 났었다"고 말했다.

당시 호텔 수사본부에서 서대문경찰서 K형사 등이 직접 피해자와 용의자를 불러 상황 조사를 하면서 진술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용의자 몽타주 작성까지 이 호텔에서 했다는 것이다.

수사관들은 또 호텔 수사본부를 근거로 金씨 집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피해자 진술조서 상의 조사장소는 서대문경찰서로 기록했음이 확인됐다. 조사를 받았던 金씨 집의 고용인들은 "호텔에 몇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피해자인 金씨는 첫번째 강도 피해 때도 운전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것을 막았고, 두번째에도 흉기에 맞은 가정부에게 "피해물품도 없고 그냥 다친 것"이라고 진술케 했음이 드러났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음을 드러내는 정황이다.

3월 첫 강도사건 때에는 현장에 있던 운전기사가 범인들이 집 밖으로 나간 뒤 결박을 풀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전화기를 들자 金씨가 "무슨 짓이냐"며 수화기를 빼앗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번째 강도 피해 때는 범인들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다친 가정부가 병원 치료 과정에서 "떨어지는 나무 식기에 머리를 맞았다"고 거짓 진술을 하기도 했다.

나중에 서대문경찰서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지검 서부지청이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가정부의 거짓 진술 배경을 조사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건을 맡았던 문귀환 당시 서대문서 수사과장(현 마포서 수사과장)은 두번째 강도 당시 현장 조사 후 서울경찰청에 사건 발생을 구두 보고했지만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공식 보고서는 만들지 않아 의혹을 낳고 있다. 한편 金씨는 두차례 연거푸 강도 피해를 당하자 석달 뒤인 지난해 10월 부근의 빌라를 세 얻어 가족들을 옮겼다.

윤창희.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