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시각장애 아버지 모시는 효자, 육군 전투헬기 최고 명사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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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헬리건 송영일 준위가 500MD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정성껏 모셔 효자상을 받은 육군 간부가 올해 육군 전투헬기 최고 명사수인 ‘탑 헬리건’에 선정됐다.

육군은 ‘이터널’(Eternal) 부대 소속 송영일(43) 준위가 올해 육군 항공사격대회 개인사격 부문에서 최우수 성적을 거둬 탑 헬리건으로 뽑혔다고 11일 밝혔다.

육군은 “지난 10월 5∼15일 항공작전사령부에서 진행된 이번 사격대회에는 육군의 최정예 헬기 조종사 140여명이 참가했다”며 “송 준위는 2.75인치 로켓 전진사격 종목에서 1500피트(약 460m) 상공을 날며 1.75㎞ 떨어진 지상 표적을 명중하는 솜씨를 발휘해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탑헬리건은 육군항공부대 최고의 공중 명사수를 뜻하는 말로, ‘Top+Helicopter+Gunner’의 합성어다. 풀어쓰면 육군 전투헬기 조종사 중 최우수 사수라는 의미다. 지난 1989년 부대사격 부문에서 우수부대를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1999년부터 개인사격인 ‘탑 헬리건’까지 선발해 국방부장관상을 수여하는 대회로 격상됐고, 2002년부터는 대통령상으로 승격됐다.

그는 주력 기종인 500MD 헬기로 998시간 비행한 것을 포함해 1728시간의 헬기 비행 경력을 갖고 있다. 육군은 “송 준위는 2011년 육군 항공사격대회에서도 BO-105 정찰헬기 12.7㎜ 로켓 사격 우수 조종사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헬기 조종사를 꿈꿨던 송 준위는 육군 20사단에서 장갑차 조종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AH-1S와 500MD 헬기를 보고는 잊었던 꿈을 이루기로 결심하고 전역 이후 육군 항공 준사관에 지원해 2001년 임관했다.

송 준위는 헬기 조종사로서 사격 실력이 뛰어난 것 못지않게 효심이 깊다고 육군은 전했다.

육군 관계자는 “송 준위는 6·25 전쟁 때 포탄 파편에 맞아 시각장애인이 된 아버지를 지극한 정성으로 봉양해 2011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으로부터 효자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 준위는 “육군 항공 조종사로서 가장 명예로운 탑 헬리건에 선정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항상 큰 힘이 돼준 아버지께 오늘의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육군 항공사격대회에서 최우수 공격헬기부대로는 ‘바이퍼’ 부대가 선정됐다. 개인사격 부문에서 송 준위 다음 가는 성적을 거둔 ‘혼·창·통’ 부대 이선웅(36) 소령은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육군 관계자는 “올해 대회는 정해진 사격 시간을 넘게 되면 점수를 인정하지 않는 등 예년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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