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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19> 렌터카 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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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렌터카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만 봐도 그렇다. 올 8월 기준 제주도 등록 렌터카는 2만6000대에 달한다. 5년 전보다 약 2배 늘었다. 그만큼 사고도 많다. 제주도 교통사고의 약 10%를 렌터카가 차지한다고 한다. 렌터카 이용자 중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부쩍 늘었다. 환불, 사고 후 보험 처리 등이 주로 문제다.

‘자차 보험’은 선택 사항 … 소비자가 직접 가입하면 싸

렌터카는 예약 단계부터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우선 환불, 즉 예약 취소 관련 내용부터 확인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여행 개시 24시간 전에 취소하면 렌터카 회사가 예약금 전액을 돌려주고, 24시간 이내에 취소하면 예약금 90%를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렌터카 업체가 이를 무시한다. 공정위 약관이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어서다. 어떤 업체는 여행 개시 24시간 이내에 취소하면 환불도 안 해준다.

보험은 더 복잡하다. 정식 등록한 업체의 차량이라면, 기본적으로 종합보험(대인·대물·자손)에 가입돼 있다. 종합보험은 대여료에 모두 포함돼 있다. 문제는 자차 보험이다. 이건 개인 선택이다.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한데 사고가 나면 수리비 전액과 휴차 보상료(수리 기간의 렌터카 영업 보상금)를 내야 한다. 자칫 큰 사고라도 나면 차 한 대값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모든 보험이 그렇지 않은가. 찜찜하면 가입해야 한다.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제주도 렌터카 업체가 가입을 권하는 자차 보험은 엄밀히 말해 보험이 아니다. 렌터카 업체가 만든 자체 규정이다. ‘보험이 아니다’라고 솔직히 털어놓는 회사도 있다. 그래서 ‘자차 면책제도’라고 한다. 보통 ‘일반면책’과 ‘완전면책’으로 구분한다. 자차 면책제도는 업체마다 기준이 다르다. 렌터카 대여료가 쌀수록 계약 조건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제주도 A업체를 예로 들어보자. 11월 최저가 기준으로, 중형차 K5의 24시간 대여료가 2만5000원이다. 여기에 일반면책을 선택하면 1만5000원, 완전면책을 선택하면 2만5000원이 추가된다. 사고를 냈다고 가정해보자. 일반면책은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 A업체가 정한 자기부담금은 30만원이다. 즉, 수리비가 30만원 이하면 수리비 전액을 운전자가 모두 내야 하고, 30만원을 초과하면 30만원만 내면 된다. 완전면책은 수리비를 안 낸다. 다만, 조건이 있다. 면책 한도가 400만원이다. 수리비가 400만원이 넘으면 남은 수리비를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뜻이다. 휴차 보상료는 면책 종류에 상관없이 내야 한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 중에는 렌터카 업체가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하거나, 원래 있던 흠집이나 잔고장을 떠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렌터카를 받을 때 꼼꼼히 확인해서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 말고 렌터카 업체의 횡포를 막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소비자가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듀카의 ‘원데이 자차보험’이란 상품이 있다. 가격이 하루 2000~1만2000원으로 싸고, 스마트폰으로 가입할 수 있어 편하다. 메리츠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 등 다른 보험사 상품에도 ‘렌터카 보상특약’을 넣을 수 있다. 물론 보험사 상품도 자기 부담금과 면책 한도가 정해져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안전 운전이 제일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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