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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초 뉴스] 한상균-경찰-조계사, 구름다리 위로 무엇을 가지고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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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

지금은 입적하신 석용산 스님의 에세이집 제목입니다. 스님께서 수행하시면서 겪게된 삶과 깨달음의 과정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지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25일만인 10일 오전 조계사 일주문 앞 구름다리를 건넜습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이 먼저 구름다리 위에 올라 이제는 떠나야 할 한 위원장을 안내했습니다.

그가 무엇을 가져가고 두고 갔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거취문제로 민주노총·조계사·공권력 각 주체간 갈등은 일단락 된 듯 합니다.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사진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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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는 신도와 그를 보호하려는 신도 간에 마찰을 빚으며, 고성과 몸싸움으로 경내가 저잣거리와 다름없는 사바 (娑婆)였습니다.

조계종 스님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깊어 갔습니다.

몇몇 정치인은 "범법자를 보호해줬다가는 국민에게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스님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고,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조계사 스님들이 한 위원장 비호에 나선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법집행을 미루는 공권력에 대한 비난도 거세졌습니다.

조계사 내 경찰 병력이 진입을 결정한 8일 오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중재에 나서 공권력 투입 연기를 요청한 것이 큰 충돌을 피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계사는 한 달 가까이 한 위원장을 내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종교 역할에 충실했다는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종교시설로의 경력 투입에 부담을 느끼던 경찰이 조계종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경찰·조계종·민주노총 모두 실리를 얻었다는 분석입니다.

종교시설에 공권력 투입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조계종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조계종은 공권력 투입을 막으면서 소도로서의 위상을 굳혔고 경찰도 향후 예상되는 비난을 피해갔습니다. 민주노총 또한 체포에 따른 경찰·민주노총 조합원간 물리적 충돌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가자 수백명에 달하는 취재진들과 조합원들 역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소란했던 조계사는 예전처럼 고요한 경내 분위기를 되찾았습니다.

사진·글  오종택 기자  oh.jongta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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