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카, 껍데기 빼고 다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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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삼성이 스마트카를 내세워 자동차 사업에 사실상 다시 뛰어든다. 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르노자동차에 삼성자동차를 넘기며 시장에서 철수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출
권오현 직속 사업팀 신설
미래 먹거리 산업 구체화
구글·애플카 추격 나서

 삼성전자는 9일 조직을 개편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신임 사업팀장에 박종환(55)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으로 구성된 기존 3대 성장축에 ‘스마트카’를 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단기간 내 전장(電裝)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미디어 재생기기, 내비게이션과 같은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스마트카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보고 삼성전자(시스템·반도체)와 삼성SDI(배터리), 삼성전기(카메라 등 부품), 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 왔다. 예컨대 센서와 같은 첨단 동작 인식 장치가 필수적인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삼성은 도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구글·애플 등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껍데기를 제외하고 자동차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삼성이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장사업팀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사업을 관장하는 권오현(63)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꾸려 무게감을 실었다. 사업을 실제로 지휘할 박종환 부사장은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이 1995년 설립한 삼성자동차에 파견됐던 인력으로 삼성 내에선 자동차 사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됐다. 전기차 배터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도 자동차용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 소재센터를 신설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공석이던 생활가전사업부장에 서병삼(58) 부사장을 선임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어갈 고동진(54) 사장이 맡았던 개발실은 이원화했다. 개발1실은 이인종(50) 부사장에게 맡겨 삼성페이를 담당하도록 했고,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개발2실은 노태문(47) 부사장이 이끌도록 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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