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병렬대표, 변화 두려워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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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이 26일 전당대회에서 최병렬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대선 패배 후 6개월이나 지나서야 당 체제 정비에 나선 한나라당의 거북이 행보에 대해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이제라도 원내 제1당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한나라당은 두차례의 대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으며, 이번 대표 경선도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을 뿐이다. 그 참담한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한나라당의 새 진로가 모색돼야 한다.

국민의 다수는 한나라당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낡고 늙은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 또 여당과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만 얻으려 할 뿐 진정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것이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과 무관심을 초래했다. 다행히 崔대표는 경선과정에서 '보수(補修)하는 보수 (保守)'를 강조해왔다.

변화하지 못하는 보수는 수구(守舊)에 불과하며, 그래서는 한나라당에 희망이 없다.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에 반대하는 사람조차 "지금의 한나라당에는 표를 주기 싫다"고 하는 것이 현상황 아닌가. 한나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떠난 지지층이 다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낡은 정당이란 이미지도 벗어야 한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까봐 걱정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얼마나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늙은 자기들만이 모여 어떻게 변화하는 민심에 대응할 수 있는가. 나이가 젊다고 반드시 사고까지 젊은 것은 아니겠지만,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폭의 물갈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崔대표의 특장이 강력한 추진력이니 기대를 건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노동정책 등에 불안감을 느끼는 세력을 대변하고 사회의 균형추 역할도 해야 한다. 崔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협력할 것은 분명히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확실히 견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