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년’ 고용 뒤 이직지원금…야당은 2년 고용 뒤 10% 구직수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4대 제도 개혁안을 지난 6일 내놨다.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5대 법안 가운데 기간제근로자보호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대한 ‘대항마’ 성격이다. 초점은 강력한 규제에 맞춰져 있다.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4대 안은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 ▶파견에 대한 원청업체의 공동책임 ▶비정규직 구직수당제 ▶사용사유 제한이다.

야당,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내놔
전문가 “실현가능성 희박한 정책”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만든 법안에도 이미 다양한 형태로 반영돼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특별법으로 분리해 제정하자고 주장한다. 어떤 것을 담을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특별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앞서 우선 적용된다. 근로기준법과 같은 일반법은 보충적 성격을 띤다. 새정치연합의 구상대로라면 고용시장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완벽히 분리해 법을 적용하게 된다. 법 원칙에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원청에서 책임지라는 건 파견근로자를 원청 근로자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하청업체나 파견업체를 원청의 계열사로 만들라는 논리로 비약할 위험이 다분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에게 고용기간 2년이 지나면 10%의 구직수당을 기업이 주도록 하자는 제안도 했다. 그런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은 대부분 영세업체에 고용돼 있다. ‘을(비정규직)’을 위해 ‘을(영세업체 사업자)’의 호주머니를 열자는 논리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년 고용한 뒤 근로자가 원하면 2년 더 일하게 하는 ‘2+2’안을 제시한 상태다. 수당보다는 고용 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4년 뒤에도 정규직이 안 되면 이직지원금을 주도록 했다.

 고용기간 제한(2년)에 더해 사용사유 제한까지 하자는 건 세계 기준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사유 제한은 특정한 업무나 상황이 생겼을 때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예컨대 정규직 직원이 육아휴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만 비정규직으로 채울 수 있게 하고 그 밖엔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는 식이다. 이런 규제는 프랑스를 비롯해 극소수 국가뿐이다. 그렇다고 프랑스에 비정규직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에선 청년 취업자의 16%만 정규직이고, 84%가 임시일용직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고용기간 제한마저 없애고 있다.

 이와 관련, 기간제 근로자의 71.7%가 고용기간 연장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기간을 연장한 뒤 이직지원금을 줄 경우 85.8%가 고용기간 연장에 동의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지난달 17~27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기간제 근로자와 기간제 근무를 했던 20~54세 61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