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실이 부부의 초보 요리방] 매콤달콤 떡볶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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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실아, 떡볶이 한번 해봐라."

지난 일요일 리모컨을 끼고 뒹굴거리던 꼼꼼이가 느닷없이 던진 말이다.

'집 앞에 지천으로 깔린 게 떡볶이집인데 갑자기 웬? 게다가 명령조, 웃겨'.

직격탄을 날리려는 찰라 톤이 낮게 깔린 목소리가 이어진다.

"당신이 해주는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그래. 나중에 우리 아기 태어나면 떡볶이도 해주는 자상한 엄마가 될거지? 미리 한번 먹어보고 싶다~앙."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통에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큰 아들(꼼꼼이)을 위한 떡볶이를 만든다…'.

이유야 어쨌든 2세를 위한 요리 실습인데 맛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요리는 못해도 맛있는 것 찾아 먹는 데는 수준급인 실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서울시내에서 맛봤던 온갖 떡볶이를 떠올렸다. 신당동.서소문.이대입구.홍대앞.광장동…. 맛도 다르고 모양도 특이한 이런저런 떡볶이를 머릿속에서 되새김질까지 했다.

'이왕이면 술안주도 가능한 떡볶이면 어떨까'.

하나로 둘을 만들어내는 앙실이 특유의 '끼'까지 발동했다.

일단 장보기부터. 일반적인 떡볶이떡 대신 양념이 쉽게배는 가래떡을 고르고, 떡볶이에 빠져서는 안되는, 일명 '오 뎅'으로 통하는 어묵을 담았다. 술안주로 가끔 씹히는 맛을 주기 위해 냉동만두도 한봉지 추가. 돌아오면서 이대입구에 즐비한 '길거리표' 떡볶이를 슬금슬금 훔쳐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앙실이가 떡볶이집 아줌마.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가래떡을 참기름으로 살짝 볶았다. 물을 붓고, 고추장 풀어 끓이고 나니 제법 떡볶이 냄새가 풍긴다. 여기에 물엿과 우스타소스를 넣었다. 달콤한 냄새까지 나는 게 길거리표 수준에 도달한 듯하다. 이어 만두.어묵.라면.대파를 넣고 다시 끓였다.

결혼 후 한번도 쓴 적 없는 커다란 명품 접시를 꺼내 떡볶이를 올리고 참깨까지 뿌렸더니 고급 레스토랑의 특별안주로도 손색이 없는 요리가 만들어졌다. 맥주도 한 캔 곁들였다. (여기서 요리 포인트 하나. 맛있게 만든 음식도 그릇이나 데코레이션이 못따라오면 마이너스. 요리에 자신이 없으면 그릇이나 장식으로 적당히 포장할 것. 헤헤)

떡볶이를 본 꼼꼼이. 마치 어린애처럼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는다.

"어때, 나 엄마로서도 합격이야??? 떡볶이 만들어줄 자격 있어? "라는 질문에 떡볶이에 푹 빠져 연신 고개만 끄덕이는 꼼꼼이의 모습이 새삼 귀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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