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뢰도발 피해 하사들 다리 되어 준 조윤선 전 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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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김정원(23)ㆍ하재헌(21) 하사에게 후원단체를 직·간접적으로 연결한 이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조 전 수석은 두 하사(둘 다 중사 진급 예정)의 의족 착용 첫날(10월19일) 두 하사처럼 다리에 의족을 달고 미국에서 육상선수와 모델, 배우로 활동하는 에이미 멀린스(39·미국)와 함께 병원을 찾아 두 하사를 격려했다. 또 최근엔 김정원 하사(세화고), 하재헌 하사(동부산대학)의 모교에 그들의 이름을 딴 상(賞)을 제정하고 정기강연을 하도록 설득 작업을 했다.

조 전 수석은 본지 통화에서 “지난 9월 세화고교 담벼락에 김정원 하사를 응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봤다”며 “알고보니 김 하사가 세화고 출신(2007년 졸업)이더라”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1984년 세화여고 4회 졸업생이다.

김 하사가 그의 후배라는 사실이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로 피해를 입은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됐다. 그가 청와대에서 공직 생활(정무수석)을 하면서 국가 안보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하다 피해를 입은 이들을 챙기는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피해를 더 입은(두 다리를 잃은) 하 하사에 대해 더 애틋한 심정을 갖게 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조 전 수석과의 1문1답.

- 이번 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젊은 군인이 그것도 둘이나 다리를 잃었다는 얘기를 듣고 몹시 화가 났다. 김정원 하사가 고교(세화고) 후배라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돕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돕고 있나.

“김정원 하사의 경우 난 간접적으로 도왔다. 이런 젊은 후배가 있는데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세화고의 장학재단인 일주학술문학재단이 듣고 해외연수를 포함한 석·박사 학비 일체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 하재헌 하사는 학교 후배도 아니지 않나.

“학교 후배가 아니라고 외면할 순 없다. 두 다리를 잃었고 나이도 김 하사보다 어리다. 기업인들과 만나면 하 하사 이야기를 많이했다.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한 곳으로부터 하 하사에 대해 국내 석·박사 학비를 지원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또 최근엔 익명의 독지가가 나타나 해외 단기연수 비용도 대주겠다고 했다.”

- 두 하사를 직접 만나봤나.

“물론이다. 두사람은 물론 그들의 부모님도 다 만나 뵈었다. 김 하사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군인 정신을 가르치고 싶다고 하더라. 군인 정신교육 같은. 아마 교육학이나 심리학 등을 공부해야 할텐데 장학재단에서 이에 대한 지원이 있을 것 같다.” “하 하사의 경우는 그 부모님과 만났다. 부모님이 그러시더라. ‘우리들을 잊지 말라고’. 그 말을 듣고 나도 많이 울었다.”

- 두 사람을 후원하는 약정식이 곧 있을 예정이라고 하던데.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중엔 후원하는 측에서 공식 약정서를 전달하는 행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하사가 한 자리에서 약정식을 했으면 좋겠다.”

- 약정서엔 어떤 내용이 담기나.

“전해 듣기론 앞으로 석·박사 학위를 위한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 같다.”

조 전 수석은 현재 두 하사를 후원하기 위한 모임인 ‘참군인을 사랑하는 부모의 모임’을 준비 중이다. 모임에는 두 하사의 출신학교 동문회 등이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조 전 수석은 “이번 달 안에 첫 모임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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