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리, 위안부 찾아뵙고 사죄해야…아시아여성기금 무산된 점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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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마 야스아키(大沼保昭·사진) 일본 메이지대 교수가 “일본 총리들이 직접 찾아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고개 숙이고 손을 잡고 말씀 드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누마 교수는 일본의 지한파 지식인이자 국제법 학자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일 기자 교류차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내 반응, 일본 우파들의 여론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오래전부터 이렇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지한파 지식인 오누마 교수

 오누마 교수는 1975년부터 20여 년 간 일본 정부 등을 상대로 사할린 잔류 조선인들의 한국 귀환 운동을 벌여 성사시켰다. 이런 공로로 99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 훈장을 받았다. 95년에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의 발기인이자 이사를 맡아 일본 내 위안부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아시아여성기금이 무산된 데 대해선 안타까워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 총리의 사과 편지, 국민 모금에 의한 위로금 등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제시했지만 한국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한 채 위로금을 지급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오누마 교수는 “20년 전에는 일본에도 진지하게 사죄하고 보상하자는 여론이 많았는데, 여성기금 등 일본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으면서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됐다”며 “우리가 사죄해도 의미가 없다는 우파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오누마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여론에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년간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내 여론이 너무 강해진 것 같다”며 “독선적인 느낌이 들 정도고, 국제사회에서 봤을 때도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외교부 공동취재단,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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