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쇼핑 회복 뚜렷 … “금리 인상 문제 없을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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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가장 최근 분수령은 2007년 4분기~2009년 2분기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금융위기로 악화하고 있었다.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본격화하기도 했다. 거시경제 분석회사인 디스멀사이언티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 시기 미 경제 성장률은 연 2.7% 꼴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지표 차량, 11월 132만대 팔아
연간 물량으로 환산하면 1819만대
온라인 쇼핑 대목인 사이버 먼데이
하루 매출 31억 달러로 사상 최고

 그런데 연 2.7% 가운데 절반 정도(1.34%포인트)가 자동차·주택 시장 붕괴에서 비롯됐다. 디스멀사이언티스트는 “미 경기 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바로 자동차와 주택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판매 동향이 경기의 바로미터란 얘기다.

 요즘 미국에서 자동차가 잘 팔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 분석회사인 오토데이터는 “올 11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132만 대(잠정)에 이르렀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11월 판매량을 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연율로 환산하면 1819만 대(계절조정)에 이른다. 월 132만 대씩 팔려나가면 연간 판매대수가 1819만 대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15년 최고치인 전달(10월)의 1824만 대나, 전문가 예상치인 1830만 대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연율 판매대수가 석 달 연속 1800만 대를 웃돌았다. 이런 일은 사상 처음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11월은 다른 달보다 영업일수가 적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등 할인 행사가 많았던 데다 국제유가 약세와 저금리에 힘입어 차량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자동차 브랜드들 대부분이 재미봤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고, 도요타와 피아트크라이슬러도 각각 3.4%, 3% 증가했다. 포드는 0.3% 늘었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7.1% 급증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탓에 24.7% 급감했다.

 미 경제전문채널인 CNBC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올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연간 1800만 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만큼 미 경기가 좋다는 방증이다.

 실제 소매판매도 좋았다. 미 온라인 쇼핑 대목인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11월 30일)’의 일일 판매액이 처음으로 3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미국의 시장분석업체 어도비의 ‘어도비 디지털 인덱스(ADI)’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의 온라인 판매액은 전년도에 비해 16% 늘어난 3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온라인 하루 매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시장의 예상치(29억8000만 달러)도 웃돌았다. 이처럼 매출이 늘어난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 내건 높은 할인율과 전자 제품과 장난감 수요가 폭증한 덕으로 어도비는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객이 몰리면서 대형마트 체인인 타깃의 웹사이트와 결제 서비스 페이팔이 일시적으로 장애를 겪기도 했다. 사이버 먼데이는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주 목요일·26일) 다음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온라인 유통업계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2005년 전미소매업연합회(NRF)가 처음 도입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기간의 온라인 판매도 증가했다. ADI에 따르면 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 먼데이인 지난달 30일까지 닷새 동안 온라인 쇼핑몰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17% 늘어난 111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예상치인 108억5000만 달러를 웃돈 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구매도 늘어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매출(7억9900만 달러)도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매튜 셰이 NRF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유통업체와 쇼핑몰이 할인 행사를 앞당기거나 연장하면서 사이버 먼데이를 일일 행사보다는 하나의 시즌으로 여겨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톰슨로이터는 “자동차와 소매 판매 같은 실물 경제 데이터를 보면 미 중앙은행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려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강남규·하현옥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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