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천, SK '철통 자물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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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최경환~. "

장내 어나운스먼트가 굵게 울려퍼졌다. 두산으로서는 최후의 승부수였다. 3-4로 뒤진 9회초 투아웃에서 좌타자 최경환이 대타로 나섰다. SK의 언더핸드 마무리 조웅천(32.SK.사진)에 대한 노림수였다.

볼카운트 2-2에서 최경환의 배트가 돌았으나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SK 3루수 안재만이 편안하게 팔을 벌려 잡아낸 파울플라이 아웃. 두산으로서는 싱거운 끝맺음이었다.

그러나 SK의 마무리 조웅천에겐 25일 문학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연속 세이브를 거두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조웅천은 두 게임에서 시즌 20, 21 세이브를 연속으로 따내며 25세이브포인트를 기록해 구원 선두를 질주했다. 구원 2위는 노장진(삼성.23세이브포인트).

조웅천의 주무기는 시속 1백10㎞의 싱커다. 오른손 타자의 몸 쪽으로 회전이 걸리면서 타자 무릎 쪽으로 떨어진다. 느린 직구로 착각한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려는 순간 공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살짝 떨어진다.

시즌 초반 채병룡이 선발로 전환하면서 팀의 주전 마무리로 낙점된 조웅천은 마무리 투수의 주무기는 강속구라는 일반적인 공식을 비웃듯 철저한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조급한 상대 타자를 농락했다. 올 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때문에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점 또한 노장 조웅천의 분발을 유도하는 대목이다.

마무리 조웅천의 깔끔한 뒤처리와 후반 뒤집기에 능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SK는 문학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를 싹쓸이했다. 그것도 1차전 7-6 , 2차전 4-3으로 두 경기 모두 1점차의 역전승이었다. 그 결과 SK는 삼성을 제치고 하루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SK는 1차전에서 3-4로 뒤진 8회말 이진영.디아즈.박경완의 홈런포를 앞세워 4득점, 7-4로 뒤집어 승기를 잡았다. 이어 2차전에서도 1-3으로 뒤진 7회말 박경완의 2점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박경완은 시즌 10호 홈런으로 10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SK는 8회말 이호준의 희생플라이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SK는 올 시즌 두산전에서 9전 전승을 거두는 등 지난해부터 두산전 15연승을 달리며 확실한 '천적관계'를 유지했다.

삼성은 대구 롯데전에서 4-3으로 이겼고, 현대는 광주 기아전에서 5-4로 이겼다. 홈런 1위 이승엽(삼성)은 시즌 34호 홈런을, 2위 심정수(현대)는 시즌 27호 홈런을 때려 '라이벌 홈런전'을 이어갔다.

대구=성호준 기자,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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