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재인·안철수, 타협 결단해 야당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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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자신에게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서울시장) 연대’에 대해 29일 거부 입장을 밝혔다. 대신 조속히 ‘혁신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교체하고 야권 신당과 통합해 총선을 치르자고 역제안했다.

 당내 혁신안을 놓고 제안과 역제안을 이어간 두 사람이 지도체제를 놓고 핑퐁게임을 재연함에 따라 당은 ‘시계(時界)제로’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미 범주류 의원 48명과 비주류 의원 18명이 문·안·박 연대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맞서고 있다. 여기에 오영식 최고위원까지 문·안·박 연대를 촉구하며 사퇴했다. 2년 임기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10개월도 안 돼 붕괴 위기에 몰린 것이다.

 정당이 여러 파벌로 갈라져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건 늘 있어온 일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오로지 갈등만 존재할 뿐 타협이나 협상은 실종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반 토막인 20%대에서 오를 줄을 모른다. 국정교과서 논란 같은 여권의 악재에도 새정치연합은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100석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의 몰락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새정치연합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이유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과감한 결단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문 대표는 무엇보다 안 전 대표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비주류의 반발을 ‘공천권 타령’이라 쏘아붙이기에 앞서 소통하는 자세부터 보이기 바란다. 안 전 대표 역시 총선을 서너 달 앞두고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당이 겪게 될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두 사람이 차기 대선을 의식해 마음이 급하고, 따르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도 살펴야 할 처지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기득권에 집착할수록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만 커진다. 국회에서 존재감을 잃은 정당이 대선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속히 타협해 야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