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未完의 특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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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북 비밀송금 5억달러가 경협자금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 조성자금의 성격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송두환 특검은 어제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상회담 합의 과정에서 현대 측이 지급키로 한 4억달러(현물지원 5천만달러 포함) 이외에 정부가 1억달러의 현금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특검은 이를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매우 정치적으로 에둘러 말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뒷돈을 썼다는 해석이 되는 것이다.

사실이 이렇게 밝혀진 이상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핵심 관여자들은 그동안의 사실 호도와 부인, 거짓말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관용을 빌어야 마땅하다. 어떤 나라의 국가원수든 타방의 정상에게 돈을 몰래 주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것은 그 명분이 무엇이라 해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치욕이다.

그럼에도 전(前) 정부 측은 여전히 궤변으로 진실을 가리려고 골몰하고 있다.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한 정책적 지원이었고, 金전대통령이 이를 발표하려는 것을 남북간 신의를 고려해 만류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이었다면 당시 왜 떳떳하게 국민에게 밝히지 못했는가. 金전대통령의 통치행위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처음부터 정책적 지원에 대해 당당했어야 한다.

이번 수사 결과는 또 정상회담이 정경 유착에 의해 추진됐음이 드러났고, 그 결과는 현대그룹을 사실상 붕괴시키고 말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특검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지만 金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을 청와대로 부른 것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번 특검 수사는 미완(未完)인 채로 끝났다. 야당 측이 요구하는 새 특검이든 검찰이든 현대 측이 박지원 전 실장에게 건넸다는 1백50억원의 진상 등 남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