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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보는 한국은 역경 이겨낸 승리 모델 자부심 가질 만해요”

중앙선데이

입력

유니 홍 1973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가족이 서울로 이주했다. 예일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프랑스24에서 기자로 일했다. 2006년에는 소설 『지속:섹스와 매너의 코미디『를 발표했다.

유대인은 세계 어디에 살든지 유대인이다. 하지만 ‘코리안(Korean)’은 한국인·조선인·조선족·고려인·한인 등 다양하게 불린다. 글로벌 시대는 우리 정체성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유니 홍(Euny Hong·42·사진)은 ‘코리안’이다.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명품 매체에 기고하고 있는 그는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국적은 미국, 종교적으로는 유대인이다. 지난달 『코리안 쿨:세계를 사로잡은 대중문화 강국 ‘코리아’ 탄생기』의 한글판이 나왔다. 지난해 영문판이 나왔을 때 이코노미스트·가디언 등 모든 주요 매체가 서평을 실었다. 세계적 관심 브랜드인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유니 홍이 생각하는 코리안·한류가 무엇인지 궁금해 그를 인터뷰했다.

『코리안 쿨』 한글판 표지

-이 책이 주는 핵심 메시지는 뭔가.“한국은 정부 주도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동남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의 시장을 연구해 한류를 수출했다. 미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책이다. 미국은 세계의 나머지가 당연히 미국의 상품·용역을 살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한류 모델’을 따라한다면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시도할 수는 있다. 한국의 문화 수출을 흉내 내는 게 쉽지 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기질·성격이 운명이다(Character is destiny)’는 말을 했다. 한국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한국이 성공한 이유는 어떤 역사적·지리적인 우연 덕분이 아니다. 미국이 도와줘서도 아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도와준 나라는 많다. 한국이 그토록 성공한 이유는 ‘캐릭터’ 덕분이다. 한국이 밟은 모든 단계를 따라 한다고 해도 결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책에 대한 반응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한국과 전혀 관계없는 비(非)한국인들이 책을 좋아해서 정말 놀랐다. 재미 한인들만 관심을 보일 줄 알았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인 등 전 세계에서 팬이 생겼다. 이스라엘·브라질·이탈리아 매체에서도 연락이 와 인터뷰를 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세계의 수많은 나라가 한국을 ‘감탄하며 바라본다(admire)’는 것이다.”


-왜 한국에 관심이 있을까.“많은 나라가 한국의 역사에서 자국의 역사를 발견한다. 그들은 한국을 역경을 이겨 낸 승리의 모델로 받아들인다. 한국은 큰 영감의 원천이다.”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고 있는지.“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중국어로 번역됐다.”


-동남아 지역 언어로 번역됐다는 게 흥미롭다. 유럽인들은 관심이 없나.“유럽인들은 번역에 착수하기 전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경향이 있다. 판매 수치를 따진다. 최근 유럽 매체들과도 접촉했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각국 언어로 출간되리라고 기대한다. 영문판을 읽은 유럽인들의 팬레터는 많이 받아 봤다.”


-김대중 정부의 정책 역할을 책에서 강조했다.“한국 정부는 문화 수출을 체계적으로 시도한 최초의 정부다. 사람들은 내게 한국 정부가 미술이나 전통 춤 등의 분야에서도 한류 정책을 확장할 것인지 물어본다. 나는 팝문화에서 전통문화, 문학으로 한류가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경우 최근 한국 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K팝 열풍 이후 3년 정도의 시차가 있었다. K팝에 우선순위를 둔 것은 올바른 정책이었다.문제도 있다. 한국 정부는 청년들에게 창업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문화적 관성이 있다. 예컨대 세칭 명문대를 나오면 창업에 관심이 덜하다. 아직은 명예가 중요하기에 남들이 알아주는 기성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


-책을 쓰기 위해 셰프에서 수퍼스타 연예인까지 다양한 인물을 취재했는데.“한국인은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과거를 감추려고 한다. 예컨대 외국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인터뷰 대상이 꺼리는 주제가 아주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심지어 무엇무엇, 누구누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선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인은 한국의 모든 것에 대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한류의 미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가. 한류 열풍은 시작에 불과한가. 아니면 이미 쇠퇴가 시작됐나.“K팝이나 K드라마의 인기는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류 모델에는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게임 한류이건 기술 한류이건 한국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 새로운 영역을 발견할 것이다. 차세대 태블릿PC나 TV도 한류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질이 중요하다. 한류는 특정 걸그룹이나 특정 드라마에 달려 있지 않다. 한류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세계인이 한국은 ‘쿨(cool)’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굳이 첨단기기에 목맬 필요도 없다. ‘멋진 나라 한국’을 발견한 다음에는 한국 신발·청바지·선글라스도 구매하게 된다. 설사 5년 후 K팝이 한물가게 된다고 해도 걱정할 것이 없다. 뭔가 새로운 한류 아이템이 나올 것이다.”


-그중에서도 뭐가 유망한가.“한국 패션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창의적이고 예술감각이 뛰어나다. 한국의 초등학교만 가 봐도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많은 예술적인 도전을 받는다. 세계적인 패션잡지의 표지를 한국 패션이 장식할 날이 멀지 않다.”


-4개 언어를 말할 수 있는데 비결은.“비결이 있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독일·프랑스·한국·미국에서 살았다.”


-유대인으로 알려졌는데 모계가 유대인인가.“아니다. 유대교로 오래전에 개종했다.”


-유대교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예일대 1학년일 때 철학 수업을 들었다. 읽어야 할 책 중에 마이모니데스의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가 있었다. 그때 18세였는데 이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유대교에 대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몇 년 후 유대교 신자가 됐다.”


-저널리스트로서 한류를 포함해 다양한 토픽에 대해 쓰고 있다. 제일 중요한 토픽은 무엇인가.“숫자와 데이터에 관심이 많다. 한류에 대해 내가 하는 이야기도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새로운 책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나는 굉장히 미신적이기도 하다. 책이 끝나기 전까지 말할 수 없다.”


-한국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상당히 복잡하다. 당연히 한국은 내 정체성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태어난 나라인 미국의 영향도 받았고 유럽에서도 9년간 체류했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 코리안에게 ‘100% 한국인’이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100%가 아니면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나는 코리안이자 외국인다.”


-미래 목표는 뭔가. 한국을 대변하는 공공지식인이 되는 것은 어떨까.“강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책도 앞으로 계속 쓸 것이다. 내 모델은 맬컴 글래드웰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변하는 공공지식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게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말 연습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8세 때 한국을 떠났는데 이후 한국말을 할 기회가 없었다.”


김환영 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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