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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같은 합성 다이아몬드 대량생산 길 여는 현대판 연금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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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호 10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나노솔라의 새 회사 다이아몬드 파운드리는 다이아몬드 원석 조각에 새로운 탄소원자를 덧붙여 합성 다이아몬드를 제작한다. [사진 제이슨 헨리]

10년 전만 해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태양광 패널의 새로운 생산기지가 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을 포함한 외국산 저가 패널과의 혹독한 가격 경쟁으로 꿈은 깨지고 말았다.


 실리콘밸리의 대형 스타트업 나노솔라(Nanosolar)는 창업 후 6년간 5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한 그들의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이 회사 창업자인 마틴 로쉬하이젠이 이끄는 연구팀은 실리콘을 원료로 태양광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신기술은 새 회사를 통해 제품화할 예정이다.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의 공동창업자 제레미 숄즈(왼쪽)와 마틴 로쉬하이젠. [사진 제이슨 헨리]

태양광 패널 가격경쟁의 부산물 1950년대 처음 등장한 합성 다이아몬드 관련 산업은 현재 1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다. 나노솔라가 새로 만든 다이아몬드 파운드리(Diamond Foundry)는 지금까지보다 양질의 다이아몬드를 더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회사 창업자들은 태양광 패널에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하면 자연 생성되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가격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보석으로 판매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보통 유통업체보다 가격을 낮춰 보석 디자이너에게 값싸게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다이아몬드 파운드리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산칼로스는 자금을 후원해 줄 부자가 많은 도시다. 온라인 소셜게임회사 징가(Zynga)의 창업자 마크 핑커스, 트위터 창업자인 에번 윌리엄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창업 멤버이자 구글에 최초로 투자한 안드레아스 벡톨샤임, 그리고 페이스북 창업자 중 한 명인 앤드루 매컬럼 등이 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후원자 중 한 명이다. 디캐프리오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채굴이 환경 오염 등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에 먼저 투자 의사를 밝혔다. 디캐프리오 투자 의사 밝혀 로쉬하이젠 대표는 자연산 다이아몬드를 대체하는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로쉬하이젠은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스탠퍼드대 대학원 동창생이다. 두 사람은 2007년 얇은 필름형 태양광 패널 생산을 시작한 로쉬하이젠의 벤처 나노솔라에 투자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경쟁 제품에 밀려 나노솔라는 지난 2013년 2월까지 고용인원의 75%를 해고했다.


 다이아몬드 파운드리는 태양광 패널 제조 과정 가운데 화학기상증착(CVD)을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적용했다. CVD는 고에너지의 플라스마 장으로 겹겹이 박막을 형성해 탄소 원자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채굴되는 자연산 다이아몬드 물량의 1~2%밖에 되지 않는 고급 다이아몬드 수준의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로 구성됐다.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의 연구진은 수년에 걸쳐 탄소에 열과 압력을 가해 다이아몬드를 생성하는 기존의 기술에서 한 단계 진화한 새로운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업체에 따르면 새 기술은 식물을 기르는 것과 유사하다. 일종의 씨앗 역할을 하는 얇은 자연산 다이아몬드 원석 조각에 새로운 탄소원자를 붙여 크기를 키우는 방식이다. 탄소를 붙이는 데 필요한 열과 압력을 가하는 플라스마 필드도 팬케이크 모양으로 변형해 더 효율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기존 기술보다 생산 속도 150배 빨라다이아몬드 파운드리는 기존 합성 다이아몬드 업계보다 생산 속도가 150배가량 빠르다고 자랑했다. 로쉬하이젠은 “자연에서 생성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100% 순수한 다이아몬드를 길러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보석의 등급을 매기는 비영리단체인 전미보석감정원(GIA)의 왕우이 수석연구원은 “아직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샘플을 살펴보진 않았지만 천연 다이아몬드와 이 업체에서 생산해 낸 합성 다이아몬드를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자연산에는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조각을 하나씩 봐서는 모르지만 대량으로 놓고 봤을 때는 합성인지 천연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천연과 합성 다이아몬드를 구분해 내기 위해서는 특수장비와 전문성이 필요해 일반 소비자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보석 파는 온라인 쇼핑몰 열어다이아몬드 파운드리는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업계의 시장지배력을 깨뜨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쇼핑몰에는 유명 보석 디자이너의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판매한다. 대부분 에시컬 메탈스미스(Ethical Metalsmiths)라는 단체의 소속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은 될 수 있으면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의 보석 제조를 표방한다.


 쇼핑몰에서는 장신구 용도의 다이아몬드 이외에도 산업용과 연구용을 자유롭게 도·소매 시장으로 판매한다. 로쉬하이젠은 “전 세계의 박사과정 학생이 자유롭게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의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 11일 개설됐다. 하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이곳에서 파는 다이아몬드 가격이 경쟁사보다 저렴하지는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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