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진 “미국, 디테일한 기술이전 협의 요구해 나도 당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사 이미지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 기술만 정리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상황이 발생하니 이거 참…. 4개 핵심 기술 말고 나머지 21개 기술은 받을 수 있다고 방사청장님이 자신했잖아요.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21개 기술은 가능한가” 묻자 답변
장 청장 “대통령에겐 긍정적 보고”
“허위보고 아니냐” 고성 나오기도
국방위원들 “KF-X 2025년 차질”
한민구 “연내 계약한다 말 못해”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제가 수차례 국민과 의원님들께 그렇게 단언적으로 들리게끔 했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와 정보를 받았는데 미국 측에서 ‘원하는 기술 이전 건을 디테일하게 협의하자’고 해 저도 당황했습니다.”

 KF-X 기술 이전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이 핵심 기술 이전에 잇따라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장 청장이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했다.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 기술 4개(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등) 이외에 자신했던 나머지 21개 기술 중 쌍발엔진의 체계 통합 기술, 세미 스텔스 형상 기술 등의 이전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 보고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장 청장의 답변은 과거와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어떻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장 청장은 “‘미국으로부터 21개 기술을 긍정적으로 이전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답
했다. 그러자 주변에선 “허위보고를 한 게 아니냐”고 고성이 터져 나왔다.

 KF-X 개발과 관련해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21개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백 의원의 질문에 방사청은 “다른 동등한 가치의 기술 또는 위약금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은 “이미 방사청이 다른 대책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따졌다.

 ▶권 의원=“21개 기술을 우리가 이전 못 받을 때 환산가치까지 계산이 됐다는 건 이미 대체 가능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중 아닌가.”

 ▶한 장관=“그건 더 나간 것이다. 21개 기술 확보가 우선이고 만약 안 될 경우 어떤계약조건이 있는지를 설명드린 거다.”

 이날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미국이 KF-X 사업에 필요한 21개 기술도 난색을 표하면서 세분해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면 2025년까지 KF-X를 우리 기술로 개발하려는 국방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김성찬,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 등)고 비판했다.

 이에 방사청장 대신 답변에 나선 한 장관이 “(계약 체결이) 12월까지 된다고 말하지는 못한다”고 하자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다시 답변에 나선 장 청장은 “미국 측과 협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12월 2일과 3일에 구체적인 협의를 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KF-X 개발 본계약을 진행하려 한다. 미국과 계약 체결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엔 예정대로 2025년까지 KF-X를 제작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