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과 사회의 만남] 선진국에선 이렇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0면

객관적인 진실로 항상 인류에 편의를 제공해온 것으로 믿어진 과학기술. 그러나 20세기 들어 핵무기 제조를 목표로 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로 과학기술은 갈등의 도마 위에 올라섰다.

미국은 1944년 로스앨러모스에서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고 45년 일본에 투하,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핵무기 개발을 처음 건의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레오 실라르드 등이 수소폭탄 등 일련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했지만 냉전 체제의 군비경쟁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반핵운동과 함께 반과학 정서가 자리잡게 됐다.

60년대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살충제인 DDT(디클로로 디페닐 트리클로로에탄)와 같은 농약의 치명적인 위험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정혜경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은 "사실상 이때부터 환경운동이 시작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과 사회의 갈등이 본격화하자 과학을 긍정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 이어졌다.

거대과학을 표방하는 미국이 더욱 그랬다. 미래의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파급효과에 대한 홍보를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의 예가 지난 4월 완성된 '휴먼 지놈 프로젝트'. 90년 이후 전체 연구비(매년 2억달러 수준)의 3~5%를 ELSI(윤리적.법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 프로그램 운용에 써왔다.

지난 4월 25일 'DNA의 날' 행사에서도 미 국립보건원(NIH) 소속 박사급 인력 50명을 출신 고교에 보내 DNA에 대한 강의와 홍보를 맡겼다.

또 미 전역의 고등학교 생물교사에게 비디오물 등 홍보자료를 보내 DNA와 지놈 프로젝트의 완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토록 했다. 생명윤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계산이다.

유럽도 대중과 함께 하는 과학을 중요시한다. 영국은 과학 대중화를 넘어 '대중의 과학 이해'라는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대중의 과학지식 증진 이외에 '대중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 등 과학과 사회의 결합을 강조한 형태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