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320곳 함께 일하니 한해 수입 45억 → 8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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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경영체 방식으로 경작되고 있는 전남 강진의 농지 전경. 벼 수확이 한창이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전남 강진은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강진 일대 펼쳐진 600㏊ 논에서 320곳 농가가 제각각 벼농사를 지었다. 한 해 거두는 수입은 농가 모두 합쳐 45억원 정도였다. 벼를 키우는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따지면 넉넉하지 않은 수익이었다. 2007년 강진의 320개 농가가 힘을 합쳐 들녘경영체인 ‘청자골한우리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틈새시장 찾는 쌀 <하>
공동 경작, 고춧가루 공장도 세워
비용 확 줄어 쌀값 하락 문제 해결
농가 소득증대 위한 공동체 모델
2020년까지 500곳으로 늘리기로

 많은 게 달라졌다. 600㏊ 농지에서 여러 농가가 힘을 합쳐 벼농사를 지었다. 벼농사를 쉴 땐 땅에 양파·배추·보리 등을 같이 심어 키웠다. 절임배추와 양파즙, 고춧가루를 만드는 공장도 지었다. 개별 농가가 할 수 없는 일이 여러 농가가 뭉치자 가능해졌다. 공동 경작으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은 줄고 수익은 늘었다. 동일한 넓이의 땅에 농가 수도 같았지만 들녘경영체 결성 후 연간 수입은 80억1700만원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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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들녘경영체를 2020년까지 500곳으로 확대한다. 들녘경영체는 청자골한우리영농조합 사례처럼 50㏊ 이상 농지에서 육묘부터 수확까지 생산 전 과정을 여러 농가가 함께하는 조직을 말한다. 올 11월 현재 농식품부 지원을 받는 전국의 들녘경영체는 214개다. 현재 들녘경영체 한 곳이 평균적으로 공동 경작하고 있는 면적은 215㏊에 이른다. 전국 벼 재배 농가의 평균 경작 면적(1.2㏊)을 200배 넘게 웃돈다. 한국농업경영기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들녘경영체는 일반 농가보다 생산비가 평균 7.1% 덜 들었다. 10a당 생산비를 비교했더니 전국 평균은 44만323원, 들녘경영체는 40만9162원이었다.

 최근 쌀 소비 감소와 과잉 공급 문제는 쌀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비 절감은 쌀 농가의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들녘경영체는 공동 작업을 통해 생산비도 줄이고 품질도 올리면서 농가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5년간 재정 지원을 늘려 들녘경영체 수를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들녘경영체 육성 사업 체계도 함께 개편한다. 조직화 형태, 영농 계획, 공동 농작업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지역 특성에 맞춘 다양한 발전 모델도 제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업인 고령화 대책으로도 들녘경영체를 주목하고 있다. 들녘경영체의 시초는 이스라엘의 모샤브와 키부츠다. 많은 농가가 농사도 같이 짓고 생활도 함께 하는 협동 농장 개념이다. 척박한 농지와 부족한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전 과장은 “들녘경영체를 통한 공동 작업으로 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농기계를 함께 사용하면서 장비·자재 구입에 따른 농가 부채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고령화에 따른 농촌의 노동 인력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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