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서 돈 번 자료, 모기업 있는 나라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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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다국적기업은 앞으로 개별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납부한 세금 자료를 모(母)회사 국가의 과세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각국 과세당국은 이 자료를 다른 나라와 교환하는 방법으로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로 했다.

협정 맺은 나라끼리 세금 자료 공유
조세회피 방지 ‘구글세’ 2017년 시행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을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이 승인됐다. 이 회의에서 결정된 최소 기준은 ▶다국적기업의 조세조약 남용 방지▶국가간 경쟁적인 조세감면 제한▶다국적기업의 국가별보고서 제출▶효과적인 분쟁 해결 방안 마련 등 4가지다. 기재부는 이중 다국적기업의 국가별보고서 제출 제도를 내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2017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이 한국에 ‘최종 모회사(Ultimate Parent Company)’가 있는 기업은 전세계 국가에서 얻은 소득과 세금 납부 자료를 국내 과세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다자간협정이나 양자협정을 통해 이 보고서를 다른 나라와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만일 한국과 미국이 협정을 맺으면 한국 측은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국가별 활동자료를 넘겨주고, 미국 과세당국에서 구글이나 애플 등의 국가별 소득·세금 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법인 9532개 중 절반 정도인 4752개 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목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2017년에 법이 시행되면 국가별보고서는 2018년에 제출하게 된다”며 “외국과 정보 교환을 하기 위해선 양자·다자간 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별보고서 제출은 국내 기업보다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해외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다국적기업의 정보 교환을 위해 내년 말 다자간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글이나 애플 같은 다국적기업은 전 세계에서 거둔 로열티와 컨설팅비 등의 수익을 아일랜드나 버뮤다 등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설립한 자회사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줄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막는 세제를 ‘구글세’로 부르기도 한다. OECD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에 따른 각국 정부의 법인세 수입 감소액은 연간 1000억~2400억 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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