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서 대테러 공조 논의 … 정치 의제 첫 채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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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호 6 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 테러는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는 너무나 충격적인 시도”라며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가 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벌어졌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래 정치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열린 G20 회의는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로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경제·금융 이슈가 주요 의제였다. G20 회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가 간 공조 필요성이 커지며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안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의의 주제는 ‘포용적이고 견고한 성장’이다.


앞서 의장국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시리아 사태와 난민 위기 해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세계 각국 정상들을 설득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소탕하고 시리아 내전을 협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224명이 전원 사망하는 등 테러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이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파리 동시다발 테러 소식을 전하며 “전 세계 테러 대응 공조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졌다”며 “이번 사건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을 강화시키게 됐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 테러 발생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테러는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는 너무나 충격적인 시도”라며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며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심판하는 데 프랑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미국과 각을 세웠던 러시아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즉각 퇴진을 강조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S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도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파리 테러 발생 직후 성명을 통해 “일련의 공격은 혐오스럽고 비인간적인 살해”라며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난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사망자 수가 늘어난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괴물 같은 일”이라며 “러시아는 프랑스의 괴로움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역시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한편 프랑스와 공조해 이번 테러를 주도한 세력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15개 이사국 모두가 이번 테러를 야만적이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강력 규탄한다”며 “희생자 가족들과 프랑스 정부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관저에서 파리 테러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는 독일의 친구”라며 “모든 대응에 대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유럽 각국, 애도와 지지 표명우리 정부도 “극악무도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이번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하에 테러 근절을 위한 프랑스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프랑스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테러 척결 노력에 계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충격을 받았다”며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심대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 순간 테러로 보이는 이번 공격으로 희생된 이들과 마음을 함께하고 그 유족과 모든 파리 시민과 함께한다”도 강조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도 성명을 통해 프랑스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테러와의 싸움에 강력하게 연대할 것이다. 테러는 민주주의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파리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숨지고 다친 데 대해 경악하며 이번 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사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한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이날 자국 교민들에게 안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긴급 통지문을 발송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은 “도저히 용서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자국민 현지 여행자에게 사건 발생을 알리는 e메일을 일제히 발송하고 안전에 주의하도록 당부했다.


IS, 또다시 테러 예고한편 IS 지지자들은 트위터로 파리 테러를 ‘자축’하면서 “이제 로마, 런던 그리고 워싱턴” 등의 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글은 ‘화염에 휩싸인 파리’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IS는 그간 홍보 영상 등을 통해 파리와 함께 워싱턴·런던·로마 등 서구 주요 도시를 겨냥한 테러를 여러 차례 예고한 바 있다.


로마가 다음 테러 목표 중 한 곳이라는 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14일(현지시간) 마테오 렌치 총리 주재로 긴급 안보위원회를 개최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국경봉쇄 여부 등을 논의했으며 이미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는 EU 여권을 소지하고 파리로 직행하는 승객들에 대해 일부 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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