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태평양 원양어선에, 의사는 부산에 해양의료연구센터, 원격의료 시대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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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7월 30일 태평양을 항해 중이던 원양어선에서 부상자가 생겼다. 강한 파도에 선박이 흔들리면서 선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일부가 절단됐다. 선원들은 즉시 ‘해양의료연구센터’의 원격의료 시스템에 접속했다. 모니터와 함께 캠코더를 작동시키자 화면에 의사가 등장했다.

배 진료장비를 위성통신으로 연결
데이터 받은 센터서 원격으로 처방
시스템 갖춘 선박 내년 20척으로

 선박에 설치된 의료기기는 환자의 심장 박동수와 체온·심전도 등 생체정보를 위성통신망을 통해 의사에게 전달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부상을 입은 선원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화상을 통해 알려줬다. 다행히 해당 선원은 제때 응급처치를 받은 뒤 육지에서 2차 치료를 받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개월간 이 같은 원격의료 시스템에 대한 시범운영을 거쳐 12일 부산대병원에 해양의료연구센터를 정식으로 열었다. 선박에서 위성통신망을 통해 선원들의 생체 정보를 보내면 센터가 이를 분석해 적절한 처방과 의료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배에는 확대경·심전도기·혈당계·원격청진기·요분석기와 혈압 측정장비 등 진료에 필요한 장비를, 센터에는 이 같은 데이터를 전송받고 분석하는 장비를 갖췄다.

 해수부는 그동안 6억원을 들여 원양어선 4척과 원양상선 2척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선박의 선원 150명이 원격 진료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손가락 절단 등 3차례 응급상황도 해결했다. 해수부는 이 시스템을 갖춘 원양선박을 내년까지 20척으로 늘일 예정이다. 선박 1척당 의료시스템 설치비는 약 1억원이다. 시범사업 때는 세금으로 설치했지만 관련법이 통과되면 정부와 선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이를 계기로 원양선원 의료서비스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며 “원격의료 기술을 수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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