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용해, 2인자에서 하루아침에 농장 노동자로…소식통 "지방에서 혁명화교육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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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용해 노동당 비서가 좌천돼 지방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대북 소식통이 12일 전했다. 혁명화교육이란 지방 농장 등으로 하방(下方)돼 매일 육체 노동을 하는 책벌의 일종이다. 고위급 당 간부에 대한 처벌 중 수위가 높다. 소식통은 좌천 배경과 관련, 최 비서가 맡은 청년동맹 관련 업무의 성과 미비에 대한 책임을 졌을 가능성과 개인 비리 등에 무게를 실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이 소식통은 “최용해는 빨치산 2세대라는 신분이 있기 때문에 쉽게 숙청될 수는 없다”며 이번 조치가 좌천 혹은 해임 급이지 최 비서에 대한 숙청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최용해는 항일 빨치산 혁명 1세대의 주요 인물인 최현(1907~1982)의 아들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권력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항일 빨치산으로서의 배경을 내세워왔고, 이에 따라 항일 빨치산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대를 이어 핵심 권력층으로 특권을 누려왔다.

최용해는 이런 ‘항일 빨치산 금수저’ 계급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임도 두터웠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2인자 자리를 다투며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등에서 밀착 수행을 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을 대신해 2013년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이도 최 비서다. 지난 9월 중국 항일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도 김 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하며 김 위원장의 대중 핵심 라인으로도 입지를 굳혔다.

그런 그의 신변에 이상신호가 켜진 것은 지난 8일이다. 아버지 최현과 함께 항일 빨치산 1세대인 이을설이 사망하면서 김 위원장이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그를 제외시켰다. 김 위원장이 직접 장의위원장을 맡고 170명이 넘는 북한 핵심 인사들은 총망라한 위원회 명단이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공개한 장례식 장면에서도 최 비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최용해는 처형 또는 숙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장성택 숙청 당시 북한이 거쳤던 과정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등의 절차가 없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최 비서가 과거에도 비리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며 비리 혹은 업무 소홀이 좌천의 이유일 것으로 예상했다. 소식통은 “혁명화교육이 끝난 후엔 복귀할 수도 있다”며 최 비서의 복권 가능성도 내비쳤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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