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特檢연장 거부는 잘못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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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의 수사 기한 연장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 盧대통령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었지만 그 결정은 우선 법 논리가 무시됐다.

특히 그것이 민주당 지지기반을 의식한 정파적 이해가 고려된 결정이라는 비난도 盧정부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야당이 당장 새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며 강력투쟁을 선언, 정국이 급랭하는 후유증도 결국은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盧대통령은 대북 송금과, 현대 측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네줬다는 1백50억원은 별개의 사건이라고 예단, 연장불가론을 폈다. 그러나 특검은 대북송금 사건의 연장선에서 1백50억원에 대한 성격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특검이 상호연관성이 있어 수사하겠다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盧대통령이 자의적 판단으로 별개의 사건이라고 단정, 거부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시간이 모자라 일부 관련자의 기소에도 어려움이 생긴다고 한다. 이러니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략적 결정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대통령의 법률 자문역인 법무부 장관까지 특검이 그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검찰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이미 수사 유보를 결정했던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한들 국민이 믿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도 이런 조언에는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떠맡기 껄끄러워하는 사안이라면 특검에 맡기는 것이 국민의혹 해소 차원에서도 최선책이었다.

대통령의 특검 기간 연장 승인은 형식 절차에 불과하다. 일단 특검에 수사를 맡겼으면 특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온당하다. 기간이 모자라 제대로 수사를 못한다면 무엇하러 처음부터 이를 시작하게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로써 이 사건은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든 찜찜한 국민적 의혹 속에 남게 됐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거부는 특검 설치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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