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내려도…중국 수출 -6.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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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600만 톤. 이달 6일 현재 중국 상하이 등 항구에 쌓여 있는 철광석 재고량이다. 수입은 됐으나 제철소 용광로로 가지 못한 분량이다. 한국의 연간 수입량보다 많다. 지난해 한국은 철광석 7400만 톤 정도를 사들였다.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산 철강재 수출이 시원찮아서다. 중국 혜관청서(관세청)는 “올 10월 철강재 수출이 전달보다 20% 가까이 줄었다”고 8일 발표했다. 사정이 이쯤되면 중국 제철소가 하나 둘씩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톰슨로이터는 “여전히 국유 제철소의 용광로엔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과잉 생산의 전형이다. 중복 투자의 결과다. 글로벌 철강 생산능력의 절반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덤핑 수출이 판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국 보복 관세가 불보듯 뻔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 정부가 중국산 일부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 236%를 물렸다”고 전했다. 이는 다시 철강재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철광석 재고만 늘고 있는 게 아니다. 석유제품 내수와 수출이 모두 줄어들면서 중국의 원유 재고도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더 이상 원유를 비축할 수 있는 시설이 중국 내엔 남아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북경대 마이클 페티스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철광석과 원유 재고는 중국 경제 현실을 보여주는 단서"라며 "이들 재고 누적은 중국 수출입 침체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혜관총서는 “달러 기준 10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고, 수입은 18.8% 감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출입 모두 예상치인 -3.2%와 -15.2%보다 더 많이 줄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8월 위안화 값을 사실상 평가절하했다. 하루 아침에 위안화 기준 값을 2% 정도 떨어뜨렸다. 사상 최대 위안화 절하였다. 하지만 수출은 9월과 10월 모두 감소했다. 무역은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이다. 톰슨로이터는 "10월 수출입 감소는 중국 성장률 둔화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골드먼삭스 등 서방 투자은행은 내년 말이나 2017년 1분기까지 중국 경제 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혜관총서는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가 둔화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며 “수출이 줄어드는 바람에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요인을 강조한 설명이다. 하지만 중복과잉 투자에 따른 경기 둔화 등 중국내 요인 탓에 수입이 12개월 연속 줄었다. 무엇보다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

중국 수입 감소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10월 한달 동안 한국산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나 줄었다. 올 9월보다는 사정이 좋아진 편이다. 9월 감소율이 24.3%나 됐다. 중국 중복과잉 투자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은 나라는 호주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감소하는 바람에 올 9월10월 대중국 수출 감소율이 각각 27.3%와 23.8%였다.

중국의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바람에 무역흑자는 올 9월 591억 달러에서 10월 619억 달러로 28억 달러 정도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10월 외환보유액이 3조5300억 달러로 집게됐다. 전날인 9월의 3조5100억 달러보다 200억 달러 정도 늘어났다.

블룸버그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 외환보유액이 올 5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하다 10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하지만 자본이탈 흐름을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이 계속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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