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씨 등 실상사 '지리산 평화결사' 좌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우리의 뇌리 속에, 논리 속에, 글쓰기 속에 나타나는 전쟁의 그림자를 털어내야 할 때입니다. 입으로 평화를 외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머리 속으로는 매 순간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3일 오후 1시 30분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실상사(주지 도법스님)내 대중 강당.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 지리산 평화결사'가 마련한 '6월, 지리산에서 평화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좌담회에서 김지하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할 때 '너는 나이기도 하고, 나는 너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법스님은 "민족의 현대사 속에서 가장 큰 아픔이었던 6.25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 그 치유를 넘어서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매개로 지리산이 적합하다"며 "평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도법스님은 "평화 정착을 위해서 먼저 남남갈등부터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지리산 평화결사는 2001년 2월 16일 한국전쟁 전후의 이념대립으로 지리산에서 희생된 원혼을 달래기 위해 1천일 평화기도에 들어갔는데, 오는 11월 12일 회향을 앞두고 그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김영호 경북대학교 교수와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도 참석했다.

남원=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