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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플라스틱 먹어 치운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벌레가 플라스틱 먹어 치운다

오랫동안 썩지 않고 환경 오염시키는 폴리스티렌을 밀웜이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해

오랫동안 썩지 않고 환경 오염시키는 폴리스티렌을 밀웜이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해

우리는 아침에 정신을 차리거나 오후에 기운을 되찾으려 커피를 마신 뒤 용기는 별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런 플라스틱 커피 컵은 다른 폴리스티렌 폐기물과 함께 매립지에 묻힌 뒤에도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남아 환경을 오염시킨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2013년 미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컵과 접시(주로 폴리스티렌 수지 소재)가 100만t을 웃돈다. “플라스틱 오염은 심각한 환경 문제”라고 스탠퍼드대학 토목·환경공학과의 우 웨이민 선임 공학연구원이 말했다. 그러나 간단한 해결책이 있을지 모른다. 바로 밀웜(갈색거저리 유충)이다.

지난 9월 우 박사 그리고 스탠퍼드대학,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의 동료 연구진이 학술지 ‘환경학&기술’에 2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밀웜이 스티로폼을 비롯해 기타 일반적으로 생물 분해되지 않는 폴리스티렌 소재를 빠르게 먹어 치운다는 내용이다. 곤충과 새를 비롯한 일부 동물이 가끔씩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건 오래 전에 알려졌다. 하지만 몇몇 경우 폴리스티렌을 먹어 치울 뿐 아니라 작고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해 다시 환경에 돌려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우 박사 연구팀이 처음 증명했다.

연구에선 유충의 단계와 크기에 따라 밀웜 한 마리 당 하루에 12~100㎎의 스티로폼을 소비했다. 밀웜은 10일 정도 플라스틱에 적응한 뒤 24시간 내에 내장에서 분해할 수 있었다. 먹은 내용물 중 47.7%를 이산화탄소,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배설물로 바꿔 놓았다.

여러 가지 분석에서 밀웜의 내장이 폴리스티렌 분자를 분해했다. 다시 말해 분자 구성성분 간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었다. 스티로폼을 먹는 밀웜은 일반 겨를 먹이로 삼는 부류와 똑같은 라이프사이클을 거쳤다. 애벌레에서 번데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성충 딱정벌레로 변했다. 단지 겨를 먹은 밀웜 대조군만큼 체중이 늘지는 않았다.

연구팀의 둘째 논문에선 밀웜 내장의 미생물 환경, 그리고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그것이 담당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더 세밀하게 관찰했다. 조사 대상 밀웜에 10일 동안 항생제를 투여해 내장 박테리아의 활동을 억제했더니 더는 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했다. 또한 연구팀이 분리해낸 한 박테리아 균주는 내장 밖에서도 폴리스티렌 분해 효과를 입증했다. 다만 속도가 훨씬 느렸다.

“나는 항상 이 같은 결과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많은 검증을 하는 편이지만 상당히 희망적이다”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웨스턴온타리오대학 화학·생화학 엔지니어링 학과의 아마르지트 바시 교수가 뉴스위크에 이메일로 밝혔다. “다른 연구에서도 타당성이 입증된다면 이번 결과는 환경의 심각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는 매개체(가령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들)에 초점을 맞춰 이 과정에서 생화학과 신진대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규명하는 연구에 관심 있다고 말한다.

우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그의 연구팀은 다음에는 밀웜 내장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 자세히 조사할 뿐 아니라 다른 플라스틱도 테스트하고 다른 박테리아 균주들을 분리할 계획이다. 그 밖에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에 초점을 맞춘 연구도 앞으로 잠재력 있는 분야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물과 서식지를 위협한다.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역의 복원을 앞당기는 기술의 개발”이 목표라고 우 박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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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뉴스위크 스타브 지브 기자  번역 =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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