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후 독일 내무부에 한때 나치 전력자가 셋 중 둘"

중앙일보

입력

"나치 교육정책을 책임졌던 부서의 책임자, 강제 불임수술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NSDAP·나치당)과 나치 친위대(SS)·돌격대(SA)의 고위직이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내무부에 가득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나치 범죄자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일 언론에 4일(현지시간) 보도된 독일 현대사연구소(ZZF)의 결론이다. ZZF는 독일 내무부의 의뢰를 받아 11개월 동안 1949년부터 70년까지 동·서독 양측 내무부의 직원 인사서류 등을 통해 전력(前歷) 조사를 한 결과를 보고서로 냈다.

이에 따르면 전후 독일은 '나치 청산에 철저했다'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었다. 프랑크 보쉬 ZZF 소장은 "대단히 나치 출신 비율이 높다"고 토로했다. 서독 내무부 직원의 절반은 나치 당원이었다. 특히 56년부터 61년 사이엔 그 비율이 66%까지 높아졌다. 내무부 관료 셋 중 둘은 나치 출신이란 얘기였다. 동독의 내무부는 그보단 비율이 낮지만 14%가 나치 전력자였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동·서독 모두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나치 행정부·사법부·경찰 경력이 있는 이들을 다시 채용할 수 밖에 없었고 나치 출신들끼리 서로 밀고 끌어주는 인맥 관리를 했다고 썼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은 대표적 인물로 콘라트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 때의 한스 글로브케 국무실장을 들었다. 판사 출신의 글로브케는 독일 유대인의 시민권을 박탈한 법률에 대한 공식 해설서를 쓴 공저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아데나워와 매우 가까웠으며 국무실장으로 일하면서 고위 공직자를 채용할 때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썼다. 일부 나치 당원은 자신의 전력을 숨기기도 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이런 전력이 정책과 법안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임은 분명하다"며 "내무부 외국인 담당 부서의 본질적으로 반유대인적 태도를 보이고 문화부서가 검열하는 관행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DW 방송은 보고서 발간에 대해 "수년 간 내무부 자신이 과거를 대면하길 거부했다"며 "2005년 장관이 '과거를 밝힐 가치가 없다'고 말했었다"고 썼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현 내무 장관도 한때 주저했다고 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