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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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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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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몇 십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과 기술 진보를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고용 장벽을 없애고 생산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액션’이 필요하다.” 5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전세계에 배포한 ‘OECD 스킬 전략 진단 보고서 - 한국편’의 한 구절이다. ‘지금까진 잘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란 얘기다. 중국이 한국이 장점을 가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치고 올라왔다. 미국에선 인스타그램·테슬라·애플 같은 혁신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 포럼
2~3년마다 조직 개편하는 시대
불확실해도 혁신적인 일 택해야
페이스북처럼 클 수 있던 싸이월드
수익 압박에 도토리 매달려 실기

 OECD 보고서가 발표된 이날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가 5일 연세대 경영관에서 열린 ‘청년이여, 글로벌 인재가 되어라’는 이름의 포럼을 개최한 것도 한국이 필요로하는 ‘액션’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시도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이 단체는 P&G 등 글로벌 기업 한국법인 CEO 150여 명이 회원이다.

 이날 행사는 연세대 경영대 10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로, 중앙일보·JTBC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패널로 나선 CEO들은 현재의 한국 경제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봤다. 이동수 한국화이자 대표는 “매 2~3년마다 조직 개편을 해야 하는 시대”라면서 “안정적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성공을 위해선 좀 불확실하더라도 혁신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병남 BCG 서울사무소 대표 역시 “양질의 일자리나 유망한 분야라는 것은 없다”면서 “경력에서 5~10년은 사실상 배우는 시기인데 그 때 상사나 동료로부터 얼마나 인정을 받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리먼브러더스를 거친 홍준기 UBS 대표는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손해를 경험하면서 실력만큼이나 행실(behavior)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다국적기업에서 한국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는 긍정적 얘기도 나왔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우성 KCMC 회장(한국BASF 대표)은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한국인의 역할이 ‘한국 내에서 한국법인 업무를 보는 것’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해외 본사나 타 국가 법인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취업시장에서 국경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창업 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의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형 대표는 자신의 동생인 형용준 싸이월드 창업자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싸이월드는 본래 페이스북처럼 클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면서 “하지만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는 투자자의 압박에 ‘도토리(사이버 머니) 사업’에 주력하다가 실기(失機)했다”고 일침했다.

 오늘날 한국 경영계의 ‘패러다임’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영렬 연세대 교수(국제 경영)는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패러다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과 개인 모두 자기 하나만 생각하기 바쁜 상황”이라며 “인류와 지구촌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DHL코리아 등 KCMC 회원사 9곳의 ‘잡 페어’도 진행됐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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