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퇴직 후 남는 시간은 최소 11만 시간…뭐 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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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전반기와 후반기 가용시간 이용형태 [자료 : 미래에셋은퇴연구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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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퇴직자가 죽을 때 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29일 발간한 ‘은퇴리포트 22호’에 따르면 약 11만 시간이다. 60세 기대여명(현재 연령에서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추정)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60세 은퇴자에게 주어진 총 시간은 약 21만 9000시간이다. 연수로 따지면 25년 정도에 해당한다. 이중 수면·식사 등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시간(10만6763시간)과 질병 등으로 생활이 힘든 와병시간(3775시간)을 제외하면 건강하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가용시간'은 약 10만8463 시간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 연간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약 50년에 해당된다.

성별로 계산해보니 남녀 간 차이가 컸다. 여성의 가용 시간은 11만 5629시간인데 비해 남성은 9만6347시간으로 더 적었다. 배성현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0세 여성의 기대 여명이 27년으로 남성(22년)보다 5년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퇴자들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60세 이상 고령자들은 일과 여가에 4대 6의 비중을 부여해 은퇴 후 시간을 나눠 쓰고 있다. 기대 여명의 차이와 가사노동 비중 등으로 인해 일하는 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더 길었다. 남성은 경제활동, 여성은 가사노동의 비중이 컸다.

여가시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TV시청이었다. 약 3만3000시간으로 총 가용 시간의 3분의 1이다. 운동, 종교·문화활동 등 적극적 여가시간의 합계(3만633시간)보다 많다. 75세 이상인 은퇴 후반기에 들어서면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이 TV시청으로 대체되면서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남성은 은퇴 후반기에 일하는 시간이 2만1331시간에서 4683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일과 여가시간의 균형이 무너지는 이른바 ‘시간절벽’ 현상이다. 반면 여성은 가사노동이 큰 비중을 차지해 가용시간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남성이 은퇴 후반기 시간절벽에 직면하는 건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인재(人災)’”라며 “가사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가 시간과 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 TV시청 등 소극적 여가시간을 줄이고 일과 적극적 여가시간을 늘려 건강 관리와 개인·사회적 관계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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