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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대첩 당시 왜군 묻힌 왜덕산, 한·일 화합 장소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단 12척의 배로 일본의 배 133척과 전투를 벌여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 현장인 울둘목. 이곳에서 직선 거리로 10㎞쯤 떨어진 전남 진도군 고군면 내산리에는 ‘왜덕산(倭德山)’으로 불리는 작은 야산이 있다. 명량대첩 당시 숨진 일본 수군들의 시신 100여 구가 주민들에 의해 안장된 것으로 알려진 장소다.

전남도 10억 투입 위령탑 등 건립

 전남도가 이곳을 정비한 뒤 한국과 일본의 화합을 다지는 상징적인 명소로 가꾸기로 했다. 일본 수군들의 시신을 안장한 사연이 한·일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남도와 진도군에 따르면 왜덕산에는 명량대첩 당시 사망한 일본 수군들이 묻힌 분묘 54기가 남아 있다. 원래 2배가량 많았지만 개간 등을 거치면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수군들의 시신은 내산리 일대 주민들이 묻은 것으로로 알려져 있다. 명량대첩 이후 바다를 따라 떠내려온 시신들을 발견한 주민들이 비록 왜군이지만 덕을 베푸는 차원에서 인양해 안장했다는 내용이다. 일본군 후손들은 이런 얘기를 듣고 명량대첩 후 400여 년 만인 2006년 8월 15일 광복절에 왜덕산을 찾아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일본인 교수는 왜덕산 현지를 답사한 뒤 일본 현지에 사연을 알리기도 했다.

 전남도는 다음달부터 왜덕산 관련 문헌과 구전 내용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왜덕산의 유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후 왜덕산 일본 수군 묘역의 역사적 가치가 입증되면 토지를 매입해 정비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총 1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조경 작업과 편의 시설 설치, 위령탑 건립 등을 검토 중이며 추가 발굴 작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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