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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 밟는 순간 “끼기기긱~” 튀어나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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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0면

별 기대 없이 가속 페달 밟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차는 엄청난 토크(힘) 때문에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헛바퀴 돌며 튀어나갔다. PHEV는 연비만 뛰어난 약골일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벨(Belle) 섬에서 쉐보레 신형 볼트(사진)를 시승했다. 볼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PHEV다.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볼트를 EV와 PHEV 가운데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가 되는 건 엔진. BMW i3에 옵션으로 얹는 엔진처럼 배터리 충전만을 위해 쓴다면 EV가 맞다. 그런데 볼트의 엔진은 때로 바퀴도 굴린다. 과거 쉐보레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다. 그러나 이젠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신형 볼트의 엔진은 1세대와 같은 직렬 4기통이다. 배기량은 1.4에서 1.5L로 키웠다. 배터리 셀은 이전보다 96개 줄어든 192개. 그러나 용량은 더 키웠다. 전기 모터의 출력도 높였다. 그 결과 시스템 총 출력도 149마력으로 올라갔다. 동시에 차체 무게는 45㎏ 줄였다. 그만큼 발걸음이 한층 사뿐사뿐 해졌다. 가령 시속 49㎞까지 가속이 19% 빨라졌다.


디자인도 화끈하게 바꿨다. 날렵하고 자연스러운 비율을 뽐낸다. EV의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튀었던 1세대의 외모와 확연히 다르다. 에어백도 운전석과 동반석 무릎용을 포함해 10개나 심었다.


운전 느낌은 PHEV보다 EV에 가까웠다. 이날 섬을 몇 바퀴 도는 동안 엔진은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 설령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아도 마찬가지였다. ‘윙~’ 전기 모터 소음만 스미면서 쏜살같이 달렸다. 따라서 다른 PHEV처럼 엔진이 잠에서 깰까봐 가속 페달을 어르고 달랠 필요가 없다. 과감하게 콱콱 밟아도 된다.


쉐보레는 “심지어 최고속도인 시속 158㎞로 달려도 엔진은 끼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엔진은 배터리 잔량이 20% 밑으로 떨어질 때만 주행에 개입한다. 그야말로 비상상황을 대비한 ‘보험’인 셈이다.


신형 볼트는 항속거리 또한 일반 PHEV를 성큼 웃돈다. 충전과 주유를 마친 상태에서 미국환경보호청 시험 기준으로 676㎞를 달릴 수 있다. 왕복 50㎞를 운전해 출퇴근할 경우 한 번 주유로 보름을 버틸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와 배터리 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준다. 따라서 볼트는 전기차와 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남들이 볼트를 뭐라고 정의하든, 쉐보레가 여유만만인 이유다.


김기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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