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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꽂아 충전, 모터로 80㎞ 주행 … 첨단 이종교배 PHEV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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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0면

*가격 등은 지역별로 달라질 수 있음.

폴크스바겐 스캔들로 디젤차의 인기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이 틈을 타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진영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4일 도요타는 “2050년까지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10년보다 9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볼보(승용차)는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고, 2019년까지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앞세울 ‘첨병’엔 공통점이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다. 엔진과 전기 모터 등 서로 다른 두 가지 동력원을 엮은 점까진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와 판박이다.


HEV는 배터리 잔량이 줄면 엔진 힘을 빌어 충전한다. 반면 PHEV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전원에 플러그를 꼽아서도 충전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를 수시로 채울 수 있다. 그래서 HEV보다 넉넉한 용량의 배터리를 얹는다. 같은 이유로 한층 강한 전기 모터를 짝짓는다. 그 결과 엔진의 도움 없이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HEV보다 길다.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전기모터로만 5㎞HEV는 시속 40㎞ 미만의 ‘거북이걸음’ 때 5㎞ 안팎의 거리를 전기 모터로 달린다. 반면에 PHEV는 한 번 충전하면 전기 모터만으로 30~40㎞를 거뜬히 달린다. 회사와 집 양쪽에서 짬짬이 충전할 경우 엔진 한 번 깨우지 않고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데 문제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HEV는 엔진 연료가 바닥나면 꼼짝 못한다. 하지만 PHEV는 연료가 없어 엔진의 숨이 끊겨도 배터리만 충전만 할 수 있으면 전기차(EV)처럼 쓸 수 있다.


물론 주행거리는 EV가 100~130㎞로 훨씬 길 다. 엔진이 없는 만큼 배터리를 더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터나 시트 열선처럼 전력소모가 큰 난방장치를 많이 쓰는 겨울엔 실제 주행거리가 10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또한, 늘 충전소의 위치를 감안해 동선을 짜는 수고가 따른다. 반면 PHEV는 엔진이 있으니 충전소 때문에 가슴 졸일 필요가 없다.


PHEV는 HEV와 EV의 장점만 오롯이 취한 셈이다. 그래서 EV나 수소연료자동차가 본격 보급되기 전까지 과도기를 지탱할 ‘징검다리’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친환경차의 ‘대세’는 HEV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234만 대가 팔렸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의 82%를 차지했다. 그러나 앞으론 성능과 항속거리 우월한 PHEV가 빠르게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 오토모티브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를 8860만대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는 389만대로 4%를 차지할 전망이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HEV가 314만대, PHEV가 42만대, EV가 33만대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PHEV가 42%로 가장 높을 전망이다. HEV는 34%, EV는 39%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자동차 업계도 PHEV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임러 그룹은 2017년까지 10개의 PHEV를 선보일 계획이다. BMW는 현재 2·3·5·7시리즈에 PHEV 버전을 운영 중이다. 조만간 X5로도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아우디도 A6과 Q7 등에 PHEV 모델을 더한다.


PHEV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첫째 이유는 경제성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쏘나타 2.0 PHEV를 선보이면서 유지비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했다. 주중 매일 40㎞, 주말 200㎞를 주행할 경우 쏘나타 2.0 PHEV는 전기 7040원, 가솔린 1만940원 등 총 1만7980원이 든다. 반면 쏘나타 HEV는 전기료가 들지 않는 대신 주유비로 3만4460원이 든다.대신 PHEV의 가격이 HEV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가령 현대 쏘나타 HEV는 2829만~3139만원이었다. 쏘나타 PHEV는 3919~4179만원이다. 그런데 PHEV 신차를 살 때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은 310만원으로 HEV와 같다. 이 때문에 판매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내년엔 PHEV 보조금이 500만원으로 늘어난다. EV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액수다. EV는 정부보조금 1500만원에 지자체 별로 150만~8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전소도 아직은 부족하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까지 포스코 ICT와 함께 646개소(누적)를 구축할 예정이다. 참고로 PHEV는 EV와 달리 완속 충전만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PHEV는 현대 쏘나타 2.0 PHEV, BMW i8, 포르셰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와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918 스파이더 등 총 5차종이다. 내년엔 더욱 늘어난다. 수입차 가운덴 폴크스바겐 골프 GTE, 아우디 A3 e-트론 등이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도 쏘나타에 이어 PHEV 전용 차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PHEV의 성능은 차종마다 천차만별이다. 가령 포르셰 918 스파이더는 성능에 ‘올인’한 PHEV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는 예다. 918 스파이더는 V8 4.6L 엔진에 전기 모터 두 개를 짝지어 887마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200, 300㎞ 가속을 각각 2.6초, 7.2초, 19.9초만에 마친다. 최고속도는 무려 시속 345㎞에 달한다.


지난해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치른 국제시승회 때 918 스파이더를 직접 몰아볼 수 있었다. 기이한 경험이었다. 오른 발목만 까닥하면 댐이 폭파된 것처럼 힘이 터져 나왔다. 나아가 전기 모터는 ‘들러리’에 머물지 않았다. 918 스파이더는 전기 모드만으로 거리는 16~31㎞, 속도는 시속 150㎞까지 달릴 수 있다. 이름처럼 딱 918대 한정판인데 이미 다 팔렸다. 

PHEV 성능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반면 국내에서 진행한 ‘도요타 하이브리드 아카데미’ 행사 때 몰아본 프리우스 PHEV의 운전감각과 성능은 기존 프리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엔진 없이 움직이는 시간이 일반 프리우스보다 훨씬 길었다. 속도는 시속 100㎞, 거리는 26.4㎞까지 전기 모터로만 달릴 수 있다. 외부 전원과 연결할 경우 90분이면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


한편, PHEV와 EV의 모호한 경계에 선 모델도 있다. 쉐보레 볼트다. 2011년 처음 나왔고 올해 신형으로 거듭났다. 쉐보레는 이 차를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로 정의한다. 엔진은 있다. 그런데 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급가속 때만 제한적으로 힘을 보탠다. 엔진이 주 동력원이고 전기 모터가 지원사격에 나서는 HEV나 PHEV와 반대의 개념인 셈이다.


이 같은 구조적 차이 때문에 볼트는 전기 모드의 성능이 PHEV보다 EV에 가깝다. 한 번 충전해 전기 모드로만 80㎞를 달릴 수 있다. 쏘나타 PHEV(44㎞)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전기 모터의 출력 역시 111㎾로 50㎾ 안팎인 여느 PHEV의 곱절 이상이다. 이처럼 힘이 넉넉해 엔진이 수시로 거들 필요가 없다. 볼트는 전체 운행의 90%를 전기 모드로 소화한다.


GM 글로벌 전기차 개발 총괄 팸 플래처는 “친환경차 보급의 핵심은 가격과 충전 시간, 충전소다. 배터리도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범 객원기자?ceo@roadtest.kr, 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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