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는 남편을 강제로 … 40대 여성 강간 혐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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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편을 강간한 혐의로 40대 여성이 22일 구속됐다. 2013년 6월 형법 개정 이후 아내에게 부부 강간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테이프로 결박·감금, 성관계 맺어”
검찰, 여성에 부부강간 혐의 첫 적용

 앞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덕길)는 이혼 소송 중인 남편 A씨를 집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강간 및 감금치상)로 심모(40·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이 사건 감금치상 및 강요 범행의 동기와 내용을 봤을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던 심씨 부부는 최근 사이가 틀어지면서 지난 5월 이혼 소송을 위해 국내로 입국했다. 먼저 귀국한 심씨는 남편 A씨가 뒤이어 귀국하자 또 다른 남성 김모(42)씨를 동원해 A씨의 손발 등을 청테이프로 결박하고 자택에 29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한다. 심씨는 남편으로부터 “결혼 파탄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끌어내 녹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 과정에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심씨와 남편만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심씨가 집을 잠시 비운 사이 긴급통화 버튼을 이용해 112에 신고했고, 이후 심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심씨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심씨가 다른 남성을 동원해 A씨를 결박하고 감금했던 점 등을 근거로 강간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서도 감금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선 첫 사례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 사례는 정황을 따져볼 때 다툼이 없다”며 “가해 여성에게 지적장애 등 판단력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심씨에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여성이 강간죄로 처벌받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올 초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한 여성 전씨는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전원 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와 수면제를 먹고 함께 잠이 드는 등 전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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