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TV 토론회로 갈리는 美대선 주자…힐러리는 환호, 부시는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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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첫 진검 승부인 TV 토론을 치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대세론이 무너졌던 클린턴 전 장관은 지지율 하락을 차단하며 숨을 돌린 반면 부시 전 주지사는 공화당 중위권 후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54%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는 지난 9월 같은 기관 조사의 42%에서 12% 포인트를 끌어 올린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했던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은 지난달 24%에서 이번엔 23%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WP·ABC뉴스의 여론조사로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은 7월 이후 계속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킨 반면 샌더스 의원은 지난 5월 이후 이어진 지지율 상승세가 이번에 처음으로 주춤했다. 지난 13일 민주당의 첫 TV 토론의 영향이 크다. 민주당 TV 토론의 승자로 응답자의 45%가 클린턴 전 장관을 꼽았고, 19%가 샌더스 의원으로 답해 클린턴 전 장관이 완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차례의 TV 토론을 마친 공화당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선 부시 전 주지사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20일 공개된 먼마우스대학 여론조사 결과에서 부시 전 주지사는 선두 그룹인 도널드 트럼프(28%), 벤 카슨(18%)은 물론 이들을 뒤쫓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0%),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6%),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6%)에도 밀리는 공화당내 6등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5%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전 주지사는 한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TV 토론 때 트럼프의 독설 마케팅과 카슨의 조용한 부상에 견줄만한 한방을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다. 다급한 부시 전 주지사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9·11 테러를 막았을 것”이라는 트럼프를 상대로 “역사관이 잘못됐다”며 전면전을 시작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2일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벵가지 특위의 청문회에 출석하는 만큼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2012년 리비아의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습격 받았던 사건을 놓고 공화당은 당시 주무 장관인 클린턴 전 장관의 처신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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