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 외교, 연설 원고 읽다 세 글자 빠뜨리는 바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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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1일 정책연설 중 세 글자를 빠뜨리면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말을 바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 중장기 외교전략의 평가 및 발전방향’ 컨퍼런스에서 윤 장관이 한 축사였다. 윤 장관은 “최근 일각에서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방미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8월 초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담에서 국제규범 준수 등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고 분명하게 밝혔고, 미 정부는 이 회의 이후 다양한 레벨에서 우리 발언을 평가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 시에도 미측의 그런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윤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답을 들으려는 의도 아니었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언론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틀만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온도차가 있는 발언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원고에 있던 단어가 하나 빠지는 바람에 오해를 사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래 원고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 것을 두고”라고 돼있었는데 윤 장관이 이를 읽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에 언급한 것을 두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했다고’ 세 글자가 빠지면서 문장의 뜻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 윤 장관도 나중에야 당국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서 ‘했다고’ 세글자를 읽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외교부의 입장은 일관된 것이다. 만약 이 입장을 바꾸려고 한 것이었으면, 따로 설명을 했지 이렇게 은근슬쩍 장관이 다른 연설을 하면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는 경우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맥락상 남중국해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남중국해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이 남중국해의 ‘남’자도 안 나왔다고 한 것은 기자회견에서 안나왔다는 뜻이고, 정상회담에선 남중국해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아닌 우리가 제기한 것이고, 국제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을 미측, 즉 오바마 대통령이 평가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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