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해킹에 국회와 외교안보 부처까지 뚫리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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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이달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국회를 해킹해 청와대를 제외한 기관에서 일부 정보를 빼 갔다는 국가정보원의 20일 보고는 충격적이다. 이날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보고한 이 같은 내용이 맞는다면 국가 심장부의 소중한 정보가 북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원 및 보좌관을 포함한 국회 관계자 10여 명은 사무용PC에 저장된 파일뿐 아니라 e메일 계정까지 해킹당했다 한다. 북한은 국회와 외교안보 관계기관을 해킹해 우리 정부와 지도자의 대외협상 전략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파악하려 했다니 아찔할 따름이다.

 PC 해킹도 문제지만 만에 하나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면 저장된 사진·음성·문서 파일이나 주요 전화번호는 물론 실시간 통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도 감청될 가능성도 있다니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김정은 시대 이후 핵과 탄도미사일에 이은 새로운 주요 비대칭 전력의 하나로 키워 온 저비용·고효율 사이버 전력의 실체가 드러났다. 북한이 이렇게 우리 정부 주요 기관의 사이버 방화벽을 뚫고 대담하게 해킹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사이버전력이 상당히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사이버전력은 선전포고나 사전경고 없이 산업망·통신망·전력망·에너지공급망·교통망·금융망 등 인간 생존에 필요한 핵심 네트워크를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해킹을 계기로 사이버전쟁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부기관과 군은 물론 주요 민간 기업까지 사이버 보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사이버안보 관련 법안을 여야가 조속히 논의해 통과시키는 일이다. 국가의 심장부가 속수무책으로 해킹을 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청와대도 사이버전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촘촘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북한 해킹은 사이버 보안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사이버전쟁에 맞서 동맹국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