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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푼 5] 곡물빵 1위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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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이상 숙성한 반죽을 당일 새벽부터 구워 그날그날 판매하는 한남동 ‘오월의종’. 설탕과 화학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바게트가 인기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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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달라지면서 음식의 지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빵입니다. 원래 흰 빵은 부유한 귀족만 먹던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반면 곡물로 만든 거무스름한 호밀빵은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 오르던 음식입니다. 그런 곡물빵의 수요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소화가 잘되고 씹을수록 고소해 건강빵의 명예를 누리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독자가 함께 선정한 서울 시내 맛있는 곡물빵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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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종
40개 레스토랑 셰프가 선택한 빵

 “집에서 멀지만 주말마다 방문한다.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무화과 바게트, 주먹치즈빵을 온 가족이 즐겨 먹는다.”(독자 조혜영)

 11년 전 경기도 일산에 문을 연 뒤 8년 전 한남동으로 이전했다. 이태원 대로변에 있는 1호점, 몇 블록 뒤 신축 건물 지하층에 문을 연 2호점, 영등포에 있는 3호점까지 총 3곳의 매장이 있다. 그중 가장 넓은 2호점은 정웅 셰프가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콘크리트 질감을 살린 벽과 천장 때문에 빵 공장 같은 분위기가 난다. 오월의종에서 만든 바게트나 치아바타는 현재 유로구르메·보버라운지·르사이공 같은 서울 시내 인기 레스토랑 40여 곳에 납품되고 있다. 2호점 대표 메뉴는 바게트, 호밀사워종빵이다. 1호점의 바게트는 신맛이 강하고 식감이 가볍다. 3호점 바게트는 막걸리 발효종을 넣어 묵직한 느낌이 난다. 2호점 바게트는 1호점보다 신맛이 덜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호밀 사워종빵도 인기다. 신맛이 있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대표 메뉴: 호밀사워종빵 8000원, 기본 바게트 4000원, 사워종건자두 8000원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792-5561
주소: 이태원구 한남동 743-8
주차: 매장 앞 4~5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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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블랑제
24시간 저온 발효한 건강한 맛

 “매장 디스플레이부터 몸에 좋은 식재료를 강조해 눈이 즐겁다. 맛도 깔끔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다.”(독자 이윤진)

 프랑스 파리의 페랑디 요리학교에서 제빵을 배운 이원상 셰프가 2011년 11월 오픈했다. 가게 이름은 제빵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블랑제와 셰프의 성을 조합해서 지었다. 일본 목조 주택 같은 단아한 입구가 인상적이다.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곳곳에 갓 구운 빵을 올려둔 선반이 보인다. 약 20~25가지 빵이 있다. 주로 프랑스산 밀가루를 써서 굽는다. 대표 메뉴는 바게트와 크루아상이다. 바게트는 저온으로 24시간 발효하며 약간 딱딱하지만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구입하고 두 시간이 지난 빵은 팬에 따뜻하게 구워 버터를 발라 먹으면 맛있다. 크루아상은 천연 버터를 넣어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한다. 껍질은 버터의 풍미를 끌어내기 위해 바짝 구워 살짝 탄 듯한 느낌이 난다. 크랜베리 크림치즈 캄파뉴는 달콤한 건과일과 신맛 나는 치즈가 조화를 이룬다.

대표 메뉴: 바게트 3500원, 크루아상 2700원, 크랜베리 크림치즈 캄파뉴 3800원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2-532-6410
주소: 서초구 방배동 796-4
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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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몽떼
프랑스 정통빵에 다양한 디저트

 “유럽 정통 빵맛을 구현하는 곳. 기본 메뉴와 시즌 메뉴가 풍성해 언제 가도 만족도가 높다.”(독자 함수연)

 프랑스에서 국립제빵제과학교(INBP)를 졸업한 장은철 셰프의 빵집이다. 2011년 홍대앞 빵집 퍼블리크의 총괄 셰프를 거쳐 2013년 자양동에 라몽떼를 오픈했다. 빨간색 소품과 글자로 프랑스 분위기를 살린 매장 내부에는 원목 가구를 배치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방 같은 빵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메뉴는 프랑스 정통 빵이 기본이다. 퍼블리크보다 페이스트리·디저트류를 늘렸다. 대표 메뉴는 바게트와 100% 호밀빵, 유기농 통밀빵이다. 바게트는 천연발효종 중에서도 식감을 촉촉하고 쫄깃하게 하는 액상 르방을 30% 넣어 만든다. 15~18시간 저온 숙성한 반죽은 매일 새벽 구워 그날그날 판매한다. 올리브 바게트, 호두와 크랜베리 바게트 등 종류가 여러 가지다. 100% 호밀빵은 이스트를 전혀 넣지 않는다. 묵직하고 쫄깃한 식감이다.

대표 메뉴: 바게트 3000원, 100% 호밀빵(2kg 중 1/4 조각) 6000원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8시30분,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6406-6919
주소: 광진구 자양동 553-45
주차: 매장 앞 2~3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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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소
서울에서도 희귀한 독일식 빵

 “악소는 독일어로 감탄사를 뜻한다. 이름대로 모든 메뉴가 ‘악’ 소리 나게 맛있다.”(독자 전선자)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하다 제빵을 배운 허상회 셰프가 빵을 굽는다. 서울 시내 흔치 않은 독일식 빵집이다. 카페를 겸하는 매장에서 독일식 샌드위치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독일 빵의 정수라 불리는 브뢰첸(Brotchen)이다. ‘작은 빵’이란 뜻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호밀로 만든다. 반으로 갈라 속에 갖은 재료를 채워 먹는 브뢰첸 샌드위치는 독일인의 ‘소울(soul) 푸드’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식감의 노말 브뢰첸, 흰깨·검은깨 브뢰첸, 담백한 우유 브뢰첸, 짭짤한 치즈 브뢰첸 등 다양한 빵이 있다. 귀리나 호박씨를 넣은 브뢰첸도 인기다. 갈색의 타원형 빵 로겐브로트, 조직이 촘촘하고 산도가 높은 펌퍼니클도 악소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메뉴다. 햄·크림치즈·살라미를 넣은 브뢰첸 샌드위치는 빵을 고를 수 있다.

대표 메뉴: 브뢰첸(1000원대~2000원대), 샌드위치(2000~4000원대)
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8시(평일), 오전 8시~오후 3시 30분(토요일),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794-1142
주소: 용산구 한남동 72-1
주차: 상가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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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과 주전자
유기농 밀가루, 천연 버터 사용

 “쫄깃하고 씹을수록 맛있는 식감에 반해 자주 찾는 곳.”(독자 김덕여)

 2007년 홍대에 문을 연 오븐과주전자가 지난해 합정 ‘프릳츠 커피 컴퍼니’와 공동으로 숍인숍 베이커리 형태로 재 오픈했다. 내부는 1970~90년대 국내 빈티지 소품들로 꾸몄다. 향수를 자아내는 타이포그래피나 액자, 장식품이 눈길을 끈다. 매장에 들어서면 커피를 만드는 오픈 키친과 카운터 앞에 진열된 빵이 보인다. 초기에는 우리밀로 만든 빵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빵은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로 만드는 크루아상이다. 반죽할 때는 호주산 앵커버터를 넣고 다시 프랑스산 버터를 첨가해 반죽·숙성시킨다. 무화과 캄파뉴는 소량의 이스트를 넣어 12~18시간 저온 숙성한다. 쫄깃하고 묵직한 식감이 특징이다. 올리브 러스틱도 인기 메뉴다. 유기농 통밀에서 얻은 천연 발효종을 더해 3시간 발효하고 12~18시간 저온 숙성해 맛과 향이 풍부하다.

대표 메뉴: 크루아상 2500원, 무화과 캄파뉴 4000원, 올리브러스틱 3000원
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 오전 10시~오후 11시(주말)
전화번호: 02-3275-2045 
주소: 마포구 도화동 179-9 
주차: 유료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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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원래 달지 않다

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식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식으로 먹는다. 기원전 2000년 기록인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보리로 빚은 술에서 얻은 이스트로 빵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빵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빵은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발효한 뒤 구워서 만든다. 여기에 달걀·설탕·곡물 등 첨가하는 성분을 달리할 수 있다. 영국은 브레드(bread), 프랑스는 팽(pain), 스페인은 팡(pan), 독일은 브로트(brot)라고 부른다. 그리스어 파(pa) 또는 라틴어 파니스(panis)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시대별·국가별로 즐겨 먹던 빵의 종류는 다양했다. 석기시대에는 발효 없이 반죽을 구워서 만들었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야생 효모균으로 빵을 발효했다. 오븐의 원형인 화덕이 쓰인 것도 이때부터다. 중세시대에는 본격적인 제분업자가 등장했다. 17세기부터는 제빵 공장, 효모 기술이 발달하면서 부유층만 먹던 흰 빵을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여전히 호밀로 구워 식감이 거칠고 단단한 캄파뉴(campagne, 시골 빵이라는 뜻)를 즐겨 먹는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식, 유럽선 담백한 곡물빵 즐겨
‘빵은 달다’ 고정관념, 단맛 위주 일본식 빵 문화 영향
처음엔 ‘맛없다’던 곡물빵, 웰빙 바람 타고 관심 커져

 한국에 빵 문화가 소개된 건 일본을 통해서였다. 처음 소개된 빵은 단맛이 강했다. 달콤한 팥앙금을 넣은 단팥빵, 설탕과 우유로 맛을 낸 카스텔라가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이 개발한 빵으로 서양에는 없는 종류다.

 빵 문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1920년대다. 전북 군산에 일본인이 화과자점 ‘이즈모야’를 운영했는데, 해방 직후 한국인이 인수하면서 이름을 ‘이성당’으로 바꿨다. 이성당은 아직도 영업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이후 45년 태극당, 46년 고려당·뉴욕제과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크라운제과의 전신인 영일당과 독일빵집은 47년 오픈했다. 당시에는 독일이나 뉴욕·시카고 등 특정 국가나 외국 도시 이름을 붙여 가게 이름을 짓는 게 유행이었다. 60년대에는 미군이 밀가루와 설탕을 보급하며 빵집이 더 늘었다.

 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담백한 서양식 빵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원상 리블랑제 대표는 “처음 빵집을 열고 정통 서양식 빵을 선보이자 대부분 손님이 맛없다고 불평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담백한 빵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담백한 곡물 빵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유기농 빵을 찾기 시작했다. 유기농 빵은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편이다. 정웅 오월의종 셰프는 “이스트를 쓰는 건 단시간에 빵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직접 발효한 천연 발효종을 쓰면 숙성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섬세한 맛과 풍미가 나는 빵이 된다”고 설명했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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