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제] 이상한 '요섹남' 열풍…"요리사들은 열악한 상태"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기사 이미지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이 요리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P는 17일(현지시간) 아시아 태평양 기사에서 한국의 요리 열풍에 대해 소개했다. WP가 주목한 키워드는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 Sexy cooking men)’. 한국의 요리 열풍 속에 과거 유교 문화와 달리 ‘요리하는 남자’가 중심에 있다는 거다.

WP는 한국은 ‘먹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소개하며 처음 만났을 때 인사도 “잘 지내니”대신 “밥은 먹었니”라고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같은 냄비에 담긴 국을 함께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소개했다. ‘먹방(먹는 방송)’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몇 년 사이 온라인에서는 먹는 모습을 다같이 모여서 시청하는 특이한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이어 먹는 것이 하나의 사회활동인 한국에서 요리가 인기를 끄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열풍은 요리하는 ‘남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유교적 전통에서는 남성의 주방 출입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쿡방’ 열풍이 지상파 방송까지 휩쓸며 잘생기고 능력 있는 셰프가 방송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WP는 요식업을 운영하는 백종원씨의 인기를 설명하고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를 언급하며 요리에 경쟁구도를 더해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의 요섹남 열풍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유교적 관습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정선희(37)씨는 WP와 인터뷰에서 “요리하는 셰프들이 매력적이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요리를 자주 하는 남자를 보긴 드물다”고 말했다. 결혼 전에는 남자들이 각종 요리를 만들어주다가도 결혼하면서는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회 비평가 구세웅씨는 WP에 “방송의 요섹남 열풍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호기심”이라며 “이상적인 삶, 가정을 요섹남에서 찾고 있지만 실제 요리사들은 열악한 경제환경 속에서 산다는 점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P는 한국의 요섹남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일종의 여성의 ‘판타지’로 출발했을지 몰라도 점차 그 판타지를 충족시키려는 남성들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 수업을 진행하는 남성열씨는 WP에 “예전에는 50명의 수강생 중 남자가 5명이 안되었지만 지금은 20명가까이가 남성”이라고 말했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가정적인 남성이 한국에도 점차 늘어간다는 것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