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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고장에선…] 벼농사에 '오리농법'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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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무공해 쌀 생산 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오리농법 시연회를 열고 있다. 충남에서만도 지난 6~7일 서산.태안.예산.홍성 등 4개 시.군에서 논에 오리를 푸는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일부에선 오리농법이 도시민의 호기심을 끌려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 정작 다양한 친환경 농법 전파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 오리농법 도입 활발=서산시는 지난 7일 지곡면 무장1리 오리농법 시범단지에서 농민과 초등학생 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의 논에 오리 2천마리를 푸는 행사를 열었다.

인근 태안군도 같은 날 이원면에서 도시민을 상대로 '오리 농군과 바다 이야기'란 프로그램 아래 3㏊의 논에 오리 6백마리를 방사했다.

예산 신양면에서도 더불어살기 생명농업운동본부주최로 '우리 농촌을 지키는 친환경농업 오리방사식과 수박축제'가 같은 날 열렸다. 떡메치기.소달구지타기 등 도시민 시선을 끄는 프로그램까지 함께 마련, 3백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앞서 전국 최대 오리농법 쌀 생산단지인 홍성군은 지난 6일 홍동면 문당리 등 두곳에서 오리풀기 행사를 가졌다. 6년째 계속된 행사인 데다 직거래하는 서울의 소비자들을 초청한 덕분에 1천여명이 모였다.

당진군의 경우 대호지면 도이리의 김완수씨 농가에서 시작한 오리농법이 올해는 인근 20여개 농가 20ha에 확산돼 이번주 모두 논에 오리를 풀었다.

? 경계의 목소리도=8월 중순 벼이삭이 나올 무렵 논에서 오리를 빼내 한꺼번에 출하하는 바람에 새끼오리 가격도 제대로 못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충남도 농산과 관계자는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쌀이 일반 쌀의 1.5배 이상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소요 경비를 충당하지 못해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너도나도 오리농법을 도입하면 가격하락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수년간 오리 농법을 지속하면 배설물 때문에 논 바닥에 계분층(鷄糞層)이 형성돼 벼 발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8년째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온 오황연(46.보령시 웅천)씨는 "오리농법만이 최선의 친환경 농법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키토산.게르마늄.쌀겨 농법 및 부분경운 직파(直播)농법 등 다양한 영농기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리농법=모내기를 하고 10여일이 지난 뒤 생후 20일 가량 된 새끼 오리를 논에 풀어 길러 잡초를 뜯어 먹고 물바구니 등 해충을 잡아 먹도록 해 제초제.농약 사용이 필요 없는 친환경쌀 재배법이다.

벼 생육기 때 왕성한 오리의 활동으로 볏대의 내성이 강해져 호우.태풍에 의한 벼쓰러짐 현상도 막을 수 있다. 또 오리들이 논 바닥을 헤쳐 흙 속의 유기물 분해를 촉진시킴으로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예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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