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진입규제 이제는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나라당이 방송.신문의 겸용금지 철폐 등을 골자로 한 다섯가지 방송개혁안을 내놓았다. 아직 당 차원의 논의과정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국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의지를 가지고 관련법을 과감히 정비하라.

미디어 간의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발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계는 낡은 방식의 법체제에 억눌려 제자리걸음 신세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규제중심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은 날로 후퇴하고 있다.

이 와중에 KBS.MBC 등 공영방송은 시청률 경쟁에만 사로잡혀 공익은 뒷전으로 돌린 채 질 낮은 프로그램을 양산하거나 편파적인 보도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형적인 방송산업의 틀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비록 야당이지만 방송개혁의 뜻을 세우고 올해 안으로 관련법 개정 의욕을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직 안이 완결되지 않은 만큼 무리한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이는 논의과정에서 다듬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급속하게 발달하는 기술에 따라 방송에 대한 진입규제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 현실이 법 개정 때 반영돼야 한다.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미디어 소유 제한을 완화했듯 방송진입규제 철폐는 세계적 흐름이다. 국내의 신문.방송.통신사의 겸업금지 조항도 철폐돼야 한다.

아울러 MBC.KBS-2TV를 민영화함으로써 정체성의 혼란을 불식해야 한다. 당초 KBS-2TV는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이었으나 강제로 통폐합됐다. 그러나 KBS 시청료의 폐지 등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시청료 수입이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과 맞닿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개정 작업은 여야를 떠나 우리 언론계 전체를 위한 시각에서 관련업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