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은 쫓겨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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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은 온통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28.사진)의 이적 소식으로 들썩거렸다. 현지 언론의 초점은 '왜 옮겼는가'에 맞춰졌다.

결론은 '팔려가는 신세'라는 것. 맨체스터가 베컴을 "더 이상 필요 없는 선수"로 판단, "한창 몸값 좋을 때 팔자"고 결심했다는 얘기다.

맨체스터를 이끄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인에게 건넸다는 한마디,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축구 선수이지 연예계 스타가 아니다"가 이 같은 결론의 근거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베컴이 인기와 사업을 의식해 팀플레이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베컴과의 사이도 안 좋아졌다.

퍼거슨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이사회에서 방출 의사를 밝혔다. 자신이 다음 리그 승리를 위해 구상 중인 4-2-3-1 진영을 꾸미는 데 베컴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였다.

이참에 몸값이 상한가에 도달한 베컴을 팔고, 그 돈으로 '젊은 호나우두' 호나우딩요(프랑스 생제르망)와 골키퍼 폴 로빈슨(영국 리즈)을 사들이고, 남는 돈은 클럽 운영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었다.

맨체스터가 당초 베컴을 팔기로 마음 먹은 곳은 스페인의 명문 FC 바르셀로나였다. 맨체스터는 바르셀로나와 약 5백83억원에 협상을 끝내고 지난 11일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베컴 본인이 강하게 거부하고 나섰다. 돈에 팔려간다는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결국 며칠간의 곡절 끝에 맨체스터는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조금 싼 값(약 4백90억원)으로 협상을 다시 했고, 베컴 역시 이번에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뛰게 될 기회를 갖게 돼 반갑다"며 받아들인 것이다.

오병상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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