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댐 건설 주민·환경단체 눈치보다 5년 동안 3번 큰 가뭄 겪는 충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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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2년 6월 말 전국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논밭이 메말라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쭉정이를 손에 든 농민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기자가 찾아갔던 충남 서북부 지역 마을에선 관정을 파도 지하수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자 충남도는 정부에 금강 물을 보령댐 상류로 보낼 수 있도록 관로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관로를 묻으면 항구적 대책이 된다. 전국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4대 강 사업 논란이 불거진 데다 대선정국이 본격화한 시기여서 정치권과 관련 부처 어디서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논란에 정치권서 손 놔
부랴부랴 금강~보령댐 연결 착수
중소 댐, 저수지 건설 전향적 검토를

 3년 만인 올 7월 다시 가뭄이 시작됐다. 장마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유일한 광역상수원인 보령댐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다. 8월 말엔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물을 70%나 줄였다. 급기야 지난 8일부터는 시·군별로 공급량을 20%씩 강제로 줄이는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청와대는 지난 7일 “속히 관로 설치를 추진하라”고 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생략하고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 조사 등 17개 행정 절차도 동시에 처리하도록 했다. 금강 부여대교 임시취수장에서 국도 40호선을 따라 보령댐 상류까지 21㎞ 구간에 지름 1.1m의 파이프를 묻는 사업이다. 내년 2월 공사가 끝나면 하루 11만5000t의 금강 물이 보령댐에 공급된다. 보령댐이 8개 시·군에 공급하는 양의 64%에 달한다. 그때까진 지금의 보령댐 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보령댐 사태’와 같은 물 부족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중소형 댐과 저수지 건설만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상만 공주대 교수는 “댐과 저수지를 통해 ‘물 그릇’을 확보하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정부나 자치단체가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이제부터라도 댐 건설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2012년 3조원을 들여 2021년까지 전국에 14개 중소형 댐을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강력 반발했고, 이후 사전에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댐 건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관만 하고 있다가는 ‘제2, 제3의 보령댐 사태’를 피할 길이 없다. 진보 성향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최근 “2011년 이후 5년간 충남에서 세 차례나 물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며 댐 건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나섰다. 가뭄에 대비한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 구성 등 대책 마련과 함께 댐 건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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