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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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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란 각 정당의 선거인단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의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한 뒤 이들이 휴대전화로 경선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 사람에게 한 개의 안심번호만을 부여함으로써 중복 투표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경선 방식으로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사용하기로 합의했던 제도다. 이미 안심번호는 온라인 거래에서 자신의 전화번호 노출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가상의 전화번호로 이동통신회사에서 무작위로 번호를 만들어 ‘0505’로 시작되는 앞자리 숫자에 7자리 번호를 붙여 ‘0505-***-****’ 형태를 갖고 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면 기존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서 개인정보와 전화번호 등이 노출돼 여론 조작의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동시에 상대 당의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에서 후보자들이 자기 지지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다. 물론 안심번호 공천제도에도 한계가 있다. 안심번호에 대한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전화를 받은 사람이 어느 당 지지자인지 스스로 정직하게 밝히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경선 참여자가 상대 당의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