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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을] 경관·환경 분야 금상 전라남도 담양군 무월마을, 이웃끼리 돌담길 만들고 빈집은 한옥체험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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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월마을에는 마을 곳곳에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전통문화가 잘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을주민의 공동체 활동인 ‘울력’에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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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과 같이 전통과 현재가 상생하는 곳이 ‘무월마을’이다. 소담스런 돌담길, 정갈한 한옥,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경관·환경 분야 금상을 수상한 무월마을은 전라남도 담양군 대덕읍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47가구 10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무월마을이라는 이름처럼 동쪽 망월봉에 달이 차오르면 마치 신선이 달을 어루만지는 듯 고즈넉한 산속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는 예로부터 신성시 여겼던 목탁바위, 400년이 넘은 신목, 조선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디딜방아 등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한옥 20여 채 전통미 뽐내
디딜방아·정자도 되살려
매달 마을회의, 청소 함께 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을의 전통문화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10년 동안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낸 ‘울력’에 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인 ‘울력’을 통해 주민 모두가 나서 쓰러진 돌담을 세우고, 빈집을 한옥체험마당으로 변신시켰다.

주민 모두가 참여해 방치됐던 땅에 마을 쉼터를 조성했다. 마을의 경관을 해치는 빈집을 철거하고 화단과 텃밭을 꾸준히 가꾸었다. 또 무월마을의 상징과 같은 역사문화자원을 말끔히 정비해 가치를 빛냈다. 상량식 고사부터 기둥, 대들보, 기와 한 장까지 주민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모두의 힘으로 지금의 아름다운 마을 경관이 만들어졌다.

무월마을은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마을 전체가 옛 돌담으로 둘러싸일 정도로 마을 안길이 정겹게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돌담으로 인해 통행의 불편함은 물론 마을의 쇠락을 보여주었다.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무월마을 주민들이 나서 개별 가구의 정비는 물론 마을공공이용시설 등 마을경관과 조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기보다 가구별로 토지를 조금씩 양보해 돌담길을 정비했다. 돌담길의 정취를 살리는 것은 물론 도로 폭을 확장하면서 생활도 더 편리해졌다.

무월마을은 지난 2009년 전라남도에서 추진한 행복마을에 선정된 바 있다. 마을의 환경과 어울리는 전통한옥 건축은 물론 일부 현대식 건축물도 전통과 자연에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 현재 마을 내 20여 채 한옥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전통미를 뽐내고 있다. 또 울력을 통해 마을에 묻혀 있을 법한 축대 및 돌담, 디딜방아간, 쉼터, 위아래뜰 정자, 마을샘, 마을수호석, 소망탑 등도 제 모습을 찾아가게 됐다. 마을경관 가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매달 정기적인 마을회의와 청소 날이 주효했다. 특히 청소시간이 되면 마을입구가 주민들로 북적이며, 3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마을주민들이 만드는 정월대보름축제·한옥축제·달빛음악회·메밀꽃축제·전통문화예술제 등 계절별·시기별로 열리는 예술과 문화행사가 많아지고 있다.

무월마을은 여느 농촌마을 들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농약병·비료포대 등이 보이지 않는 깨끗한 마을이다. 마을 내 생산되는 대부분 농산물이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월마을에서 경작되는 단감·매실·도라지·고구마·옥수수·콩 등 각종 농산물은 유기농산물로 재배해 주민의 소득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무월마을은 마을경관자치규약을 통해 내 집 앞의 경관뿐 아니라 마을생태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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