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생 밥’ 갖고 장난치는 급식비리, 일벌백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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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충암고의 급식 비리 의혹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점심을 학교에서 먹는 초·중·고생이 600만 명, 학교 수는 1만1200여 곳에 이른다. 학생들에게 집밥처럼 맛있는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학교의 책임인데, 외려 밥 장난으로 잇속을 챙겼다니 엄마들의 충격이 특히 크다.

 야구·바둑 명문고로 알려진 충암고는 전교생이 1330명에 이른다. 이런 학교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쌀·채소·식용유 등 각종 식자재를 빼돌리고 인건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4억1035만원을 챙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충암고는 지난 5월 교감이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폭언을 해 물의를 빚은 곳이다.

 학교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학 때리기’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감사결과가 구체적이고도 상세하다며 학교 관련자 18명을 고발했다. 수사 당국은 돈의 흐름을 비롯한 모든 진위를 조속히 밝히기 바란다. 매일 20㎏짜리 18포를 주문한 뒤 14포만 사용하는 식으로 빼돌렸는지, 식용유는 기름이 새까매질 때까지 재탕·삼탕해 검은 가루 음식을 제공했는지 같은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 급식에 대한 전면 점검이 시급하다. 비리의 출발점인 특정업체 납품 몰아주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교육 당국은 2006년 위탁급식 중·고생 1700여 명의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하자 2011년부터 모든 학교가 직영 운영하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했다. 한데 충암고 사태를 보면 사후 관리가 엉망이었다. 2000만원 초과 식자재는 전자견적을 받아야 하고, 5000만원 이상은 일반 경쟁입찰 하도록 법령에 명시돼 있는데도 학교 측은 종전 위탁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몰아주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이나 교직원 등에 리베이트가 건네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학교가 어디 충암고뿐이겠는가.

 따라서 식자재 공개입찰과 전자계약 등 납품과정의 투명성, 위생상태와 영양공급의 적정성, 급식비 회계 등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비리가 드러나면 최고형으로 일벌백계하고 교육계 추방도 검토해야 한다. 아이들 밥 갖고 장난치는 게 어디 사람이 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