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블라터 FIFA 회장, 후원사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 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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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B]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메인 스폰서십 회사들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회장 직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AP통신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은 7일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FIFA의 핵심 후원사들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블라터 회장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터 회장은 스위스 연방검찰로부터 FIFA 조직에 대한 관리 부실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연방 정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블라터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 조사를 받았으며,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 2005년 9월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 겸 전 캐리비언축구연맹(CFU) 회장(구속)에게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방송 중계권을 헐값에 넘겨 결과적으로 FIFA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검찰은 두 인사 간 검은 거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블라터 회장이 지난 2011년 2월 플라티니 회장에게 200만 스위스프랑을 전달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자금 여부를 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코카콜라 등 FIFA의 주요 스폰서십 업체들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FIFA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블라터 회장이 당장 사퇴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고 지속적인 개혁 작업도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라터 회장이 이와 같은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유세 활동 중인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은 "유럽 언론은 블라터 회장이 징역 10년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했다. 그럼에도 블라터 회장이 요지부동"이라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징역 10년형을 받을 만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 직책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FIFA 내부에서 블라터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건 그만큼 조직이 부패했다는 방증"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국제축구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블라터 회장이 측근들에게 '내년 선거 이후 회장 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걸로 안다"면서 "블라터 회장의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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