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날뛰는 분노, 애써 누르지 말고 그냥 놓아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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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흐마는 “한국불교는 제자가 스승의 그늘에 머문다. 스승의 어깨를 짚고 더 멀리 보라”고 했다.

“명상에서 오는 평화가 섹스에서 얻는 오르가슴보다 더 강했다.”

서울 온 세계적 명상가 브라흐마

 세계적인 명상 스승으로 꼽히는 아잔 브라흐마(64)를 6일 서울에서 만났다. 영국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런데도 머리를 깎고 태국으로 출가했다. 최근 그가 출간한 명상 저서는 독일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듀크대는 스카이프를 통해 그의 인터넷 법문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아잔 브라흐마는 지금 호주에서 보디니야나 선원을 꾸리고 있다.

 -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엘리트다. 왜 머리를 깎았나.

 “대학생 때 여자친구와 잠자리를 같이했다. 6일 후에 불교 명상을 했다. 그런데 명상에서 얻는 에너지가 섹스에서 오는 희열보다 더 강렬하고 아름답고 지속적이었다. 물론 그건 육체적 느낌과는 달랐다. 그때 명상의 힘을 알았다. 또 내게는 물리학을 통해 찾고 싶은 게 있었다.”

 - 무엇을 찾고 싶었나.

 “내 삶의 의미였다. 물리학에서 어떤 진실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 세상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진실, 인간의 자연스런 성품 등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물리학에서 그걸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 출가했다.”

 브라흐마는 태국으로 갔다. ‘살아있는 붓다’로 불리던 아잔 차의 수행센터를 찾아갔다. 도반과 함께 사흘만 머물 작정이었다. 그게 9년으로 늘어났다.

 - 왜 9년이나 머물렀나.

 “아잔 차 스님의 법력 때문이었다. 스승은 나의 물음에 늘 답을 주셨다. 때로는 말을 하지 않고 마음에 물음을 담고만 있어도 콕 찔러 답을 하셨다. 나는 물리학에서 찾지 못한 걸 불교에서 찾았다. 스티븐 호킹의 자전적 영화를 보면 ‘우주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우리가 시간이나 공간의 끝에 갔다고 생각할지라도 실은 출발한 곳에 있을 수도 있다’고 호킹은 말한다. 그 모든 걸 2600년 전에 붓다가 이미 말했더라.”

 브라흐마는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에서도 명상에 대한 초청 법문을 했다. “구글에도 많은 부디스트가 있었다. 며칠 후에는 페이스북 본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법문을 했다.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도 자신이 부디스트라고 말한다. 명상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은 갈수록 커진다. 영국 하원에서는 의회를 시작하기 전에 5분간 의원들이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을 할 정도다.”

 브라흐마는 5일 대전에서 열린 ‘세계 컴퓨터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명상과 창조적 사고의 연결고리에 대해 피력했다.

 - 현대인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이를 해결할 명상 팁을 하나 달라.

 “분노와 짜증은 힘이 센 물소와 같다. 미쳐 날뛰면 그걸 통제하려고 애쓰지 마라. 멈추려고 할수록 고통이 더 커진다. 그냥 놓아두라. 물소를 주시하고 이해하면서 따듯하고 너그럽게 대해주라. 잠시 후면 진정한 물소가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브라흐마는 내년 2월 25~28일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명상대전’(조직위원장 각산 스님)에 참석한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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