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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푼 5] 도시락 1위는 맛도 모양도 정갈한 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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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맛집 ‘비스트로품’의 채끝등심구이 도시락. 진미채, 북어 보푸라기, 태양초 김치 등 여러 가지 반찬이 함께 나와 한식 정찬 못지않게 푸짐하다. 주문하면 고급스러운 나무 도시락에 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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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레드스푼 5’를 선정합니다. 레드스푼은 江南通新이 뽑은 맛집을 뜻하는 새 이름입니다. 전문가 추천을 받아 해당 품목의 맛집 10곳을 선정한 후 독자 투표와 전문가 투표 점수를 합산해 1~5위를 매겼습니다. 이번 회는 도시락입니다.

도시락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학창시절 점심시간과 소풍이 저절로 연상되시나요. 한 끼 때우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게 요즘 도시락이지만, 반찬을 고루 담아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게 진짜 도시락의 매력이지요. 최근 건강을 챙기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그날 만들어 바로 파는 셰프의 도시락집이 여러 곳 생겼습니다. 현대인의 미각을 위로하는 온기 서린 도시락 맛집을 전문가와 독자가 함께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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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로품]
이색적인 분위기서 정찬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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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반찬이 들어 있어 한식 정찬을 먹는 것 같다.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고집해 믿음이 간다.“(독자 장진기)

 음식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연구가 노영희씨의 도시락 가게다. 프랑스식 선술집이었던 예전 가게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한국적인 소품으로 장식해 이색적인 분위기가 난다. 음식을 주문하면 면으로 만든 테이블 매트 위에 나무로 만든 도시락에 음식을 담아 정갈한 상을 차려준다. 음식은 도시락·식사·요리 세 가지로 구성했다. 메뉴는 제철 식재료에 따라 바뀌고 2만원대부터 3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인기 메뉴는 유자청을 발라 은은한 과일 향이 나는 삼치조림 도시락이다. 간장 양념에 볶은 닭불고기 도시락,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운 대하구이 도시락도 별미다. 도시락을 주문하면 우엉잡채, 매실장아찌 등 그때그때 바뀌는 반찬을 종류별로 담아준다. 반찬은 비스트로품과 청담동 SSG 반찬가게 ‘철든부엌’에서도 판매한다. 식사 메뉴는 된장찌개·김치찜이 있다.

○ 대표 메뉴: 삼치조림 도시락(2만4300원), 채끝등심구이와 채소구이 도시락(3만5200원)
○ 운영 시간: 오후 12시~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543-5177
○ 주소: 강남구 삼성동 65
○ 주차: 매장 앞 1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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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씨의 도시락작업실]
밥알까지 맛있는 집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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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준 집밥 못지않게 정성이 가득하다. 언제 가도 한결같은 맛.”(독자 황휘태)

 올해 6월 서초동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 오픈한 도시락집이다. 흑백 톤으로 깔끔하게 꾸며 작업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부는 혼자 앉을 수 있는 1인용 바 좌석 10개, 테라스 테이블 2개로 아담하다. 홀 중앙에는 전용 보온 케이스가 있어서 주방에서 만든 도시락을 바로 보관할 수 있다. 도시락은 밥과 밥찬으로 구성한 집밥 도시락 7가지, 덮밥 도시락 10가지로 다양한 편이다. 제육볶음·불고기볶음 도시락 등 기본 도시락 외에도 퓨전참치덮밥, 치킨마요덮밥 등 직접 개발한 메뉴가 있다. 김말이강정, 치즈라이스강정 등 주전부리도 판다. 시간이 지나도 밥알이 퍼지지 않고 고슬고슬한 게 특징이다. 5000원대 이상 메뉴에는 현미를 섞은 현미밥을 낸다. 식품안전관리(HACCP) 인증을 받은 무항생제 달걀을 쓰고 국물용 육수도 매장에서 직접 끓여 끝 맛이 깔끔하다.

○ 대표 메뉴: 차돌박이 숙주볶음덮밥 5300원, 너비아니와 불닭볶음 도시락 5500원 
○ 운영 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주말은 7시30분까지) 
○ 전화번호: 02-543-1910 
○ 주소: 서초구 서초동 1329-9  
○ 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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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비]
제철 국산 식재료 고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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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라 직장 동료들과 자주 찾는다. 양념이나 간이 자극적이지 않아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다.”(독자 오형진)

 영등포 하자센터를 운영하는 한영미 대표가 2013년 문을 연 도시락 가게다.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청소년들이 취업하기 전, 사회생활을 체험해보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삼선동 슬로비는 민트색으로 포인트를 준 벽과 나무테이블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카페 분위기가 난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 홍대점과 달리 삼선동 본점은 언제 가도 같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소불고기·제육볶음·닭강정 도시락이 인기 메뉴다. 유기농 두부구이 도시락, 채식콩커리 도시락 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있다. 최근에는 제주점에서 인기 있는 애월비빔밥과 현무암처럼 생긴 돌빵 샌드위치도 삼선동 본점 메뉴에 추가했다. 식재료는 모두 국산만 고집한다. 반찬은 매일 바뀐다. 셰프가 매일 오전 시장에서 장을 본 제철 식재료로 메뉴를 구성한다.

○ 대표 메뉴: 닭강정 도시락 7500원, 떡갈비 도시락 7800원, 카레돈가스 도시락 8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929-5525 주소: 성북구 삼선동 5가 410
○ 주차: 매장 앞에 2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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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즈벤]
정통 일식 레스토랑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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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일식 레스토랑 못지않은 깔끔한 손맛과 정갈한 상차림.”(독자 김수연)

 신라호텔 일식 레스토랑 ‘아리아께’ 출신 이충현 셰프가 운영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널찍한 홀이 펼쳐진다. 도시락을 주문하면 육각형 일본식 도시락 그릇에 담긴 음식이 깔끔하게 나온다. 메뉴는 한우 등심, 연어 스테이크, 돈가스, 차슈 도시락 등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더해 간단하게 구성했다. 짜장 소스를 발라 겉은 살짝 태운 뒤 간장 양념으로 오래 졸인 차슈 도시락은 재료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메뉴다. 연어는 노르웨이에서 항공으로 공수한 신선한 것을 쓴다.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해 재료의 맛이 살아 있다. 한우 등심은 고기를 살짝 구워 육즙은 촉촉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 고객들이 가장 좋아한다. 흐르는 물에 빠르게 씻어 솥에서 40분간 천천히 지은 하즈벤의 솥밥은 씹을 때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있다.

○ 대표 메뉴: 돈가스 벤토 1만3000원, 지라시 스시, 스테이크 벤토 모두 1만5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 전화번호: 02-797-7272
○ 주소: 용산구 한남동 657-96
○ 주차: 발레파킹(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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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벤]
일본 기차역 도시락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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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락 에키벤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가 독창적이다.“(독자 김혜미)

 10년 넘게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김형석 셰프가 2013년 시작했다. 도시락에 맥주 한 잔 주문해 혼자 식사하고 가기 좋은 편안한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다. 쿠벤의 도시락은 일식이 주제다. 일본의 기차역 도시락 ‘에키벤’을 응용해서 만든 독창적인 메뉴가 많다. 30년 넘게 도시락만 만든 장인의 도시락부터 지역 특산재료로 만든 도시락까지 다양한 일본식 도시락을 골고루 맛보며 메뉴를 구상했다고 한다. 매장에서 파는 메뉴의 이름은 도시와 재료 이름을 조합해서 만들었다. 도쿄역 함박고로케 벤토, 나고야역 에비후라이 벤토, 큐수 카라아게 벤토, 고베역 와규 스테이크가 인기 메뉴다. 최근에는 고소하고 두툼한 돼지고기 돈가스가 함께 나오는 제주 흑돼지 돈가스 벤토도 판다. 밥에 찰기가 있어야 시간이 지나도 맛있기 때문에 흰쌀에 찹쌀을 조금 섞는 게 맛의 비법이다.

○ 대표 메뉴: 도쿄역 함박고로케 벤토 8000원, 고베역 와규스테이크 벤토 1만5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333-0106
○ 주소: 양천구 목동 406-218
○ 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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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 한 조각에 행복했죠
급식 세대는 모를 낭만

도시락이란 ‘작은 그릇에 밥과 반찬이 함께 담긴 음식’이다. 사전적인 의미가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도시락은 훨씬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어머니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책가방에 넣어 다니던 기억이 있는 ‘도시락 세대’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목동에서 도시락집 ‘쿠벤’을 운영하는 김형석 셰프는 “학창시절 겨울이면 모든 학생이 학교에 오자마자 집에서 싸온 알루미늄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두곤 했다”고 회상했다. 오전 내내 따뜻하게 데워진 도시락을 자리로 가져와 뚜껑을 열면 반찬에 따라 표정이 달라졌다. 가장 흔한 반찬은 콩자반·멸치볶음·김치였다. “계란말이는 매일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아니었죠. 케첩 뿌린 소시지·햄·맛살이 나오면 친구들이 부러워하면서 한입 먹어보자고 모여들었어요.”

조선시대엔 버들줄기·대나무통에 도시락 싸
학교선 사라졌지만 프랜차이즈 전문점 등장
도시락 많이 먹는 일본에선 관광상품도 나와

 도시락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728년 시조와 가사를 엮은 책 『청구영언』에는 ‘지게에 질머 지팡이 바쳐 놓고 새암을 찾아가서 점심 도슭 부시고’라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도슭이 도시락을 뜻하는 조선시대 말이다. 농사일을 하다가 간편하게 먹는 한 끼 식사라는 뜻이다.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도시락이 없던 시절에는 버드나무 줄기나 길게 쪼갠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에 음식을 담았다. 이렇게 만든 그릇을 선조들은 ‘버들고리’ ‘대나무 고리’라고 부르거나 밥을 담는다고 해서 ‘밥고리’라고 불렀다. 일본강점기엔 ‘벤토’(辨當)라는 일본식 이름을 사용했다. 도시락이라는 우리말을 되찾은 건 1962년 정부의 외래어 순화 작업을 통해서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곽밥’이라고 부른다.

 도시락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일어일문학회가 출간한 『스모 남편과 벤토 부인』에는 헤이안(平安)시대(794~1185년)에 시작된 일본의 도시락 문화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전했다고 나온다. 헤이안시대 사람들은 ‘호시이’라는 말린 밥을 작은 용기에 담아 가지고 다니며 그대로 먹기도 하고 물에 끓여 먹기도 했다.

 아즈치모모야마(安土桃山)시대(1582~1598년)에는 일본인들이 간편하게 싸들고 다니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반찬 종류와 담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서양 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에도(江戶)시대(1603~1867년) 도시락에는 밥과 반찬 외에 샌드위치 같은 서양식 메뉴가 등장했다.

 기차역 도시락 ‘에키벤’은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년)에 개발돼 지금까지 일본 식문화의 중요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김형석 ‘쿠벤’ 셰프는 “지역 식재료로 만드는 에키벤은 테마 여행 상품으로 꼽힐 정도이며 외국인뿐 아니라 일본인들 안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파는 ‘소라벤’, 아이용 도시락 ‘캐릭터벤’ 등 일본의 도시락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한국의 도시락 문화는 각 학교에서 점심으로 급식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사라지는 듯했다.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점식 도시락이 급식으로 교체되면서 정성을 담은 건강한 도시락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편의점에서 파는 차갑고 맛없는 도시락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93년에는 도시락 전문점 프랜차이즈인 ‘한솥도시락’이 종로에 1호점을 냈다. 2002년에는 ‘본도시락’이 문을 열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좋은 식재료와 제철 반찬을 내세운 고급 도시락이 부활한 건 최근 2~3년의 일이다. 셰프의 이름을 건 도시락 전문점이 생겨나며 1990년대 이전의 좋은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다.

 레드스푼 1~5위로 뽑힌 셰프의 도시락 맛집 외에 특급호텔에서 만드는 고급 도시락도 꾸준한 인기다. 웨스틴 조선호텔 ‘베키아 에 누보’의 샌드위치 도시락(4만원대),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아카사카’의 도시락정식(7만원대) 등이 있다. 송로버섯·장어 등 고급 제철 식재료를 쓰고 매번 메뉴가 달라진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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