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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중에 추가 할인 … 명품 보따리도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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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몰리자 백화점들이 명품 보따리까지 풀어젖혔다. 사상 최초로 ‘신상 명품’을 30% 할인 판매하고, 이월 명품은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다. 1년에 단 두 번 여는 초대형 행사인 ‘명품대전’보다도 할인율이 높다. 이미 세일 중인 브랜드들도 할인 가격에서 30%까지 추가로 세일한다. 한두 브랜드가 아니라 대대적으로 세일 중에 할인율을 높이는 것은 처음이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백화점 휴점일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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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직수입하는 명품 브랜드가 많은 현대·신세계백화점이다. 자체 이익률을 줄여서 판매 가격을 쉽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9~14일 필립림·피에르아르디·요지야마모토 등 명품 브랜드에서 현재 판매 중인 올해 신상품을 처음으로 30% 특별 할인한다. 마놀로블라닉·지미추 등 명품 브랜드를 파는 자체 편집숍의 이월상품은 할인률을 20%까지 추가로 적용해 최대 90% 저렴하게 판다. 현대백화점은 직영 편집숍 ‘데님바’에서 판매하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ADD 등을 최대 30% 추가 할인해 50~90%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상 최대 규모와 할인률을 자랑했던 지난 8월 명품대전(최대 80%)보다도 더 많이 할인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권태진 마케팅팀장은 “점포별로 각각 진행하는 명품대전과 달리 전국 점포가 동시에 할인에 들어가 손님이 더 많이 몰리고, 명품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까지 세일 중이라 한꺼번에 구매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백화점 이월상품 최대 90%까지
신상 명품도 처음으로 30% 낮춰
“관제 행사 그칠 것” 우려 뒤집고
고객 몰려들자 앞다퉈 규모 키워

롯데면세점도 블랙프라이데이 명품 세일에 가세했다. 제냐·발렌시아가·토리버치 같은 명품 잡화를 포함해 시계·보석, 화장품·향수 등 198개 브랜드로 할인 품목을 확대하고 최대 80%로 할인률도 높였다.

 이처럼 대대적인 ‘세일 중 다시 세일’은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도 이미 세일 중인 40~50여개 브랜드의 할인률을 10~30%까지 추가로 낮췄다. 또 원래 세일에 참여하지 않은 ‘노세일 브랜드’도 40여곳도 할인 판매를 뒤늦게 시작한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백화점 수수료를 빼 가격을 낮춘 ‘노마진(no margin) 상품전’도 연다. 캘러웨이 드라이버 20만원, 4인용 가죽소파 169만원 등 450여개 품목 100억원 규모다.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이완신 전무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정례화돼 범국가적인 세일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전국 매장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할인 행사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백화점이 할인 규모와 폭을 세일 중에 확 늘린 것은 블랙프라이데이 첫 주말 각각 20~30%가 넘게 매출이 오른 ‘블프 깜짝 특수’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1년 송년 세일 후 약 4년만에 첫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이었다. 평일인 지난 5일까지 포함해도 매출 신장률이 25.2%로 올 신년 세일 신장률(0.5%)의 50배가 넘는다.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안전 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중국어 통역 직원도 늘렸다. 이 백화점 박찬우 매니저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고객이 몰리는 바람에 식당가 매출까지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과 달리 유통·제조업체가 아닌 정부 주도의 관제 행사라는 우려가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조차 “가을 정기세일에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고 자조할 정도였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갑)이 지적한 것처럼 43인치형 TV를 43% 할인했다는 가격(96만9990원)이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격(78만200원)보다 약 20만원 비싸게 책정되는 등 촌극도 빚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매장에 몰려들자 각 백화점부터 앞다투어 초대형 할인 행사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블프 특수’를 살리기 위해 정기휴점일(12일)까지 19일로 급히 변경했다. 이 백화점 영업전략담당 홍정표 상무는 “오랜만에 내수 경기가 활기를 띄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할인률을 높이고 추가 행사를 전진 배치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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